春雪
春雪趶空枝*(춘설오공지) 봄 눈, 빈 가지 위에 걸터앉았네!
速泮靜初容 (속반정초용) 빨리 녹아 처음처럼 고요해질 것을.
雪震椧大聲 (설진명대성) 눈 녹아 물소리 시끄러우니,
此春迅捎闄 (차춘신소요) 이 봄 스치듯 멀어지겠네.
2026년 2월 25일 오전. 일이 있어 거창에 가니 어제 봄 눈이 아직 녹지 않고 여기 저기 있었다. 차에서 내리니 화살나무에 걸터앉은 봄 눈이 봄 햇살에 속절없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어제는 겨울처럼 왔을 눈이지만 오늘은 봄 햇살에 녹아 처음처럼 되돌아가는 것이다. 건물 옥상에 쌓인 눈도 녹아 홈통으로 흘러내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모든 것이 위대한 햇살의 조화다. 동시에 순환하는 절대의 순간이다. 다만 보지 않는 자에게는 보이지 않고, 듣지 않는 자에게는 들리지 않을 뿐이다.
아무런 용사나 없이 급히 지으니 凡夫의 詩다.
* 졸 시 한 구절을 차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