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있는 나라(3)

몇 가지 소회

by 김준식
IMG_4377.JPG 지난 5월 초의 자귀나무 모습이다. 이 나무가 무성해지고 꽃이 피면 장마가 온다. 장마....

1. 인사청문회


총리 후보자는 어찌어찌하여 후보자 딱지를 떼고 총리가 되었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 세상의 관심이 쏠렸지만 대부분의 답변은 “그때는 ~” 이거나 “죄송하다”는 것뿐이었다. 지난 정부에서도 또 그 앞 정부에서도 우리는 인사청문회에 나온 장관, 총리 후보자들의 몰 상식과 불법을 보아온 터라 그리 놀랍지도 않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출범이 도덕성의 기반 위에 당당하게 서야 함을 강력히 믿고 있는 상황에서 각 후보자들이 저지른(?) 불법은 솔직하게 화가 나고 실망감은 앞 정부의 인사청문회보다 더 크다. 물론 그들이 그 일로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보았는가는 논외로 한다. 다만 이 정부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고 있고 또 이 정부의 정책기조가 최소한 10년 이상 유지되기를 바라는 사람으로서 지금의 실망감과 마음의 상처는 파급효과가 클 뿐 아니라 지속력도 꽤 오래 유지될 듯하다. 공정거래 위원장의 인사청문회는 협치를 주장해온 이 정부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조차 있으니 도대체 깨끗하고 능력 있는 공직자는 정녕 없단 말인가? 단순히 야당의 정치적 공세를 떠나 진심으로 도덕적 정부를 세우고 싶다면 정말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2. 사드 배치와 군(軍), 그리고 국방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는 통에 몇몇 이해되는 일이 감격스러운 요즈음이다. 그런데 현 정부의 대통령이 취임하고 난 뒤에도 국방부는 이전 정부의 국방부인지 아니면 미국의 총독부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을 해 내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74조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군을 통수한다.” 즉 대한민국의 국방에 관한 모든 사항과 군사적 명령의 최 정점은 대통령이라는 이야기다. 다시 말하면 대한민국 헌법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 내의 모든 군사적 문제는 당연히 대통령에게 보고 되어야 하고 그 후 대통령의 적절한 명령과 지휘를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 현재 우리 헌법의 요구이다. 그런데 일개 국방부 장관이 주변국의 초미의 관심이 되고, 동시에 이 나라의 군사적 중요 현안인 사드 배치의 문제에 대한 보고를 누락했다면 그것은 형법 제92조(외환유치) 외국과 통모 하여 대한민국에 대하여 전단을 열게 하거나 외국인과 통모 하여 대한민국에 항적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의 규정을 적용할 여지를 가지는 것이다. 여기서 외국은 당연히 미국이다. 그런데도 일부 사람들은 그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려 하고 심지어는 국방부나 그 관계자를 두둔하려 하는 것은 형사상 92조의 공범으로 처리해도 무방한 범법행위의 가능성이 농후하다.


3. 변화의 지속,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장관 후보자 추천 소식을 들으면서 엉뚱하게도 안토니오 그람시의 옥중수고(1929~35) 중의 일부 내용이 떠 오른다. “온건파와 지식인”(그람시의 옥중수고 2, 134~136p, 이상훈 역, 2007. 도서출판 거름)이라는 장이다. 장관의 물망에 오른 인물들은 나름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인사들이지만 이 정부 탄생의 밑거름이 된 열혈 인물들은 분명 아니다. 그들은 이미 정치적으로 노회한 사람들로서 그 선명성이나 순수성을 제법 상실했거나 어쩌면 처음부터 그런 순수성과 선명성이 없는 무채색의 온건파들이었다. 물론 지식인 그룹들이 대체적으로 유지해 오는 순수성이란 정치적 권력 앞에서 오래 유지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왠지 모를 아쉬움과 섭섭함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변경에 사는 고등학교 선생 나부랭이가 관여할 바가 아닌가?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이 정부의 인사가 계속 이런 식이라면 그람시의 말처럼 지식인에게 부여되어야 할 지적인 ‘긍지’와 이전 정부, 혹은 오래되고 부정적인 이데올로기에 대한 투쟁의식이 현저히 낮아질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