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나이프에 대한 명상
버터 나이프에 대한 명상
1.
형태나 색깔 등이 유사한 것을 집합화 하려는 지각 경향성을 지칭하여 일반적으로 유사성 원리(principle of similarity)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하자면 닮았다, 혹은 비슷하다로 표현되는 것이다. 형태에 국한하거나 색깔로 국한하면 범위가 매우 좁아지지만 두개의 요소를 병용해보면 생활에서 쉽게 유사성을 발견한다. 여기에 인간의 상상력을 부가시키면 오히려 유사하지 않은 것이 없을 만큼 그 범위가 확장되기도 한다.
2.
삼국지연의의 인물들은 역사적 사실위에 소설가의 상상력이 더해져서 매우 독특한 이미지를 창조해냈는데 그 중 백미는 ‘관우’다. 관우는 삼국지연의의 작가 나관중에 의해 거의 신격화된 인물로서 그 뒤 민간신앙의 숭배대상이 되었음은 물론이며 심지어는 불교에서도 그의 이미지를 받아들여 ‘가람보살’로 숭배되었는데 그가 사용했던 무기는 그의 상징처럼 되어 있다. 바로 청룡언월도이다.
3.
관우의 칼을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라고 불렀다. 청룡이라고 일컬은 것은 혹 《춘추번로(春秋繁露)에서 유래되었는데 이것은 칼에 좌청룡의 기상이 있어서 그런 이름을 붙여졌을 것으로 추측한다. 또 언월의 제도는 용의 입으로 칼날을 머금고 있으며 칼날 가운데에는 용의 여의주를 새겼는데 불꽃같은 기운이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 듯도 하다.《명사(明史)》〈유정전(劉綎傳)〉에 이르기를 관우의 언월도는 “강철로 된 칼을 썼는데 120근이나 되는 칼을 말 위에서 빙빙 돌리면서 날으는 것 같았다”라고 하였다.
(120근 오늘날의 도량형으로 후한 당시 1근 = 약 220g 220*120=26400g 즉 26.4kg)
4.
서양 음식의 정찬에 필요한 그릇과 집기의 수는 나라와 문화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매우 다양한 크기의 나이프와 포크, 그리고 접시 글라스 등이 사용되는데 그들의 주식인 빵에 버터를 발라 먹는 도구가 바로 버터 나이프다. 이 버터 나이프의 모양도 너무나 다양하나 버터나 잼을 빵에 고르게 펴 바르는 기능을 하는 것은 동일하다.
5.
사물에 대한 상상은 언제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