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017.6.19

by 김준식

서울 모 사립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 처리과정이 은닉과 축소, 그리고 왜곡되었다는 뉴스를 들으며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지만 늘 잊고 사는 어둡고 불쾌한 세상의 다른 모습을 다시 보게 된다. 관련자의 부모, 조부모들은 이 나라 거대 기업 사주이거나 유명인들이었는데 그들이 키우고 있는 그 초등학생들의 삶이 곧 그들의 삶이라는 생각을 하니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천민자본주의 계급성과 그 내부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비도덕적 모습이 너무나 확연해진다.


소위 이 나라의 특권층이라고 지칭되는 사람들, 정치권력과 경제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도덕성의 추락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최근 촛불 혁명으로 이루어진 정권 교체로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이 인선한 장관 후보자들의 놀라운 범법과 탈법을 보며 정치적으로 그들을 지지해온 나의 정체성이 조금은 흔들리기도 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분명 일을 잘 할 그들이지만, 그들 내부에 이미 자리 잡고 있는 특권의식을 생각해보면 마음이 답답한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하물며 경제권력을 가진 사람들이야 오죽할까? 경제적 특권을 누려온 그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이제 저 먼 왕조시대의 귀족이나 왕족처럼 자신들이 구축해온 부의 성벽으로 세상과 단절된 곳에서 그들에 의한 그들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데 간혹 그 확장의 에너지와 충돌하는 외부의 힘이 단지 그들은 불편할 뿐이다.


이미 썩어빠진 4대 강의 녹조처럼 그들이 가두고 있는 그들의 물이 분명 썩어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런 사건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하기야 자본주의가 오늘날처럼 번성하는 이유를 자본주의의 ‘자기변혁’으로 본 이탈리아의 공산주의자도 있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적 경제적 특권을 쥐고 있는 그들은 ‘자기변혁’조차도 없으니 결단코 번성하지 못할 것이며, 동시에 자기모순에 빠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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