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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ul 01. 2017

Green

昨夜雨餘滴

6월의 단풍나무 잎 끝에 맺힌 물방울.

昨夜雨餘滴懸 (작야우여적현) 지난밤 비는 물방울 되어 걸려있고.


仲夏六月天 (중하육월천) 한 여름 유월 하늘,

向晩物影長 (향만물영장) 해지니 그림자 길어지네.

暗雲嘌嘌渙 (암운표표환) 검은 구름 빠르게 흩어지고,

霖雨降歇泊 (림우강헐박) 장맛비는 오락가락.


2017년 6월 29일 목요일 아침. 학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뭇잎을 보니 지난밤 내렸던 비가 단풍나무 잎에 물방울로 달려 있다. 그리고 목요일 하루 종일 비가 내리지 않고 날씨는 후텁지근했다. 오후가 되면서 구름들이 몰려들더니 밤에는 비가 제법 내렸다. 내내 결구를 완성하지 못하다가 문득 토요일 밤이 되어서야 완성한다.


물방울이 맺힌 나뭇잎에 대한 시적 정서는 당나라 말엽 시인 사공도의 24시품 중 ‘自然’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자연의 본문 중 첫머리는 이러하다. “俯拾卽是, 不取諸隣(부습즉시, 불취제린)”즉, “허리 구부려 주우면 바로 그게 시이니 굳이 다른 곳에서 찾지 않는다.”로 풀이된다. 이는 시가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어서 그 마음을 그냥 꺼내 표현하기만 하면 되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지금 내가 지은 이 시는, 내가 스스로 시를 지은 것이 아니라 단지 그러한 마음을 꺼내 글자로 배열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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