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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ul 15. 2017

비 오는 날 연꽃을 보다.

眞宰

眞宰(진재)


花開扨雨零 (화개인우령) 꽃피는데 비 떨어진다,

無隨擢本靈 (무수탁본령) 앞 섬도 따름도 없는 본디의 신령스러움.

詳察虛細㶑 (상찰허세렴) 자세히 보아도 알 수 없는 가는 일렁임,

瓣距朕不見 (판거짐불견) 꽃잎 떨어지지만 조짐은 보이지 않아라.


2017년 7월 15일 함양 상림 연꽃을 보다. 매 년 연꽃을 본다. 하지만 매 년 연꽃이 주는 느낌은 매우 다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자연이 주는 의미는 지극히 含蓄되어 나타나지만 나의 생각은 지극히 사소하여 말하기조차 우습다. 더욱이 오늘은 비가 내린 연꽃을 보았다. 연꽃 위에 비 내리니 빗방울이 맺혀 이전 연꽃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다. 뿐만 아니라 빗방울 떨어져 생긴 작은 물의 일렁임 조차도 나에겐 요령부득이었다. 그 지극한 상황을 어찌 필설로 나타낼 수 있으리. ‘不立文字’의 경지이지만 어리석은 나는 알 수가 없다. 『장자』 ‘齊物論’에 좀 더 인간적으로 혹은 좀 더 알기 쉽게 이런 상황을 나타낸말이 있다. “若有眞宰, 而特不得其朕. 可行已信, 而不見其形. (약유진재, 이특부득기짐. 가행이신, 이불견기형.)” “진정한 주재자가 있는 듯한데, 다만 그 모습을 볼 수가 없다. 그 작용은 뚜렷하지만 그 형태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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