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금.

by 김준식

1.

퇴근 무렵 비가 억수 같이 내렸다. 하루 종일 습기와 열기가 대단하더니 다행히 비가 내린다. 그나마 조금 시원해질 것이다. 하루 종일 학기말 성적 처리 문제로 우왕좌왕했다. 30년 가까이 이런 일을 해 왔지만 역시 나는 이런 일이 서툴다. 주도 면밀하지 못한 나의 성격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이런 종류의 일을 아직은 6~7년 더 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새 학교에 새로운 규정과 아직 어색한 교사들 간의 소통 문제, 그리고 많은 학생들의 수행평가로 인해 더욱더 힘든 일이었다. 사실 이런 일은 교사라면 누구나 만만한 일은 확실히 아니다. 수업 중 진행한 1학년 2학년 학생들의 1800매에 이르는 토론 학습지를 꼼꼼하게 보고 점수를 부여하는 일은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어쨌거나 소소한 문제로 담당 선생님을 힘들게 했는데, 그나마 그 선생님의 친절함과 인내 덕에 일이 잘 끝나 다행이다. 2학기는 다행이 2학년만 하니 참으로 다행이다.



2.

랜서(Lancer)란 단어는 槍 騎兵을 뜻하는 말이다. 즉 창을 들고 싸우는 말 탄 군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동시에 미국이 자랑하는 重폭격기 B-1의 명칭이기도 하다. 최근 이 비행기가 한반도 상공에 두어 번 날아올랐고 심지어 폭격 훈련까지 하는 동영상이 공개되었다. 미국은 이 땅을 저들의 전쟁 놀이터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 비행기는 가격이 1998년 기준 28억 8천3백만 달러(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3조 원)로써 가히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북한은 이 비행기가 한반도에 전개되는 것만으로도 전쟁 도발이라고 악을 쓴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이 비행기가 장착할 수 있는 폭탄의 최대치는 약 56t에 이르는데 이 정도 양이면 6.25 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에 퍼부어졌던 융단폭격의 몇십 배에 해당하는 폭격을 이 비행기 한 대가 수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6.25 당시 폭격기였던 B-29가 약 9t을 탑재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약 7~8t 정도이고 당시의 폭탄의 위력은 지금 수준의 -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 약 4분의 1 정도라고 본다.)


학기 말이라 아이들은 자동으로 수업 시간에 영화를 보려 한다. 수업도 힘들고 이제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아 수업하는 것이 사실은 조금 힘이 든다. 오늘 어떤 교실에 영화는 우리 영화 ‘고지전’이었다. 6.25 전쟁이 끝나가는 무렵(정전 협정이 발효될 당시)이 무대인 영화였는데 영화가 끝나고 아이들이 나에게 전쟁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최근 발사한 북한의 ICBM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 오는 바람에 여러 가지 군사적 상식과 더불어 현 상황의 한반도 정세에 대하여 소상하게 설명하였다. 그러면서 최근 미군이 한반도 상공에 전개한 B-1폭격기 이야기와 북한이 왜 목숨을 걸고 핵무기를 개발하려 하고 또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지에 대해 아주 객관적으로 설명하였다.


위에서 설명한 B-1이 이 땅의 하늘에서 성조기를 달고 비행하는 것은 어떤 의미로든 우리에게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무시무시한 위력을 가진 폭격기가 어찌 되었던 우리 민족인 북한 주민을 향해 폭탄을 투하하는 훈련을 한다는 것 자체가 벌써 우리의 비극이요, 한반도 통일의 커다란 장애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은 틈만 나면 그들이 자랑하는 어마어마한 무기들을 한반도에 보내거나 아예 배치하려 한다. 사드도 그중 하나이며 매 년 우리와 미군의 훈련에 등장하는 항공모함 등이 북한을 지금의 무기 개발로 내 몰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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