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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Sep 24. 2017

『장자』外篇 네 번째(11편) 재유

장자 외편 재유

“천하를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말은 들어 보아도, 천하를 다스려야 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장자』外篇 네 번째(전체로는 11번째) 이야기 在宥(재유) 첫 부분에 등장하는 말이다. 도대체 장자는 무엇을 “그대로 두라!”라고 이야기하고 있는가? 『장자』를 읽다 보면 ‘장자’는 끊임없이 우리의 자유롭지 못한 생각을 지적하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 끊임없이 人爲를 가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이야기한다. 인위를 가하지 않는 것은 이를 테면, 그대로 두는 것이므로 ‘장자’의 생각은 모든 사물이 스스로 온전함을 유지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인위를 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쭙잖은 주관적 의지[i]나 과학적인 논증에 의한 합리적 지식[ii]으로 인위를 가하거나 그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엄청난 위험과 부조리를 가져오고 동시에 천하의 질서와 평화를 깨트리는 것으로 ‘장자’는 보고 있는 것이다. 


유교에서 이상적 군주로 그려지는 堯(요) 임금조차도 『장자』속에서는 형편없는 인위의 지배자이며 심지어 희대의 폭군 桀(걸) 왕과 비슷한 인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유추해 볼 때 ‘장자’가 가진 생각은 매우 크고 넓은데 이‘크고’ ‘넓음’의 범위 또한 우리 일상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크다’와 ‘넓다’는 양적 파악의 개념이다. 이 양적 파악의 개념 또한 인위적인 것으로서 역시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수용한 것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즉 인간으로 사물을 측정하는 개념으로부터 나아가 사물로써 천하는 가늠하는 단계에 이르러야만 [iii] 가능한 경지가 곧 ‘장자’ 생각의 범위인 것이다.


인위가 가해지면 음과 양이 어긋나 사철이 순행하지 않아 천지조화가 무너지게 된다. 이로써 도척의 행실이나 증삼, 사추[iv]의 행위가 생겨나니 이 또한 모두 천하의 질서와 균형이 어지러워 생긴 일이라고 ‘장자’는 생각하는 것이다. 


‘장자’는 다음과 같이 예를 들어 설명한다. 눈 밝은 것을 좋아한다면 이는 아름다운 색깔을 耽溺(탐닉)할 것이고, 귀 밝은 것을 좋아한다면 이는 아름다운 소리를 탐닉하게 된다. 仁(인)을 좋아한다면 이는 사람이 본래 타고난 德을 어지럽히는 것이고, 義(의)를 좋아한다면 이는 자연의 조리를 어기는 것이고, 禮(예)를 좋아한다면 이는 技巧(기교)를 助長(조장)하는 것이고, 樂(악)을 좋아한다면 이는 넘침을 조장하는 것이고, 성인을 좋아한다면 이는 재주를 조장하는 것이고, 지식을 좋아한다면 이는 헐뜯음을 조장하는 것이다.


다소 무리한 논리의 비약이 있지만 이해되는 부분이 많다. ‘장자’는 仁(인)에 대하여 엄청난 혐오감을 드러낸다. 이것은 유교 사회에 대한 혐오감이며 동시에 당시의 혼란의 시대를 초래한 책임이 있는 공자를 따르는 무리들에 대한 ‘장자’의 생각일 것이다. 이를테면 인은 假飾(가식)이라는 것이다. 본성을 감추고 상황에 맞추어 가장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무서운 인위라고 ‘장자’는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즐거움은 곧 지나친 쾌락으로 흐를 수 있다고 보았으며, 성인의 이론을 따르는 것은 잔재주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지식으로 이렇게 저렇게 편을 가르거나 함부로 眞僞(진위)를 따지는 것을 역시 엄청난 인위로 본 것이다. 


      

[i] 응제왕에 등장하는 혼돈을 죽이는 숙과 홀의 실수

[ii] ‘장자’ 속에서 혜자는 논리적 증명으로 ‘장자’의 이야기를 비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추수에 등장하는 물고기의 즐거움이나, 소요유에 등장하는 박 이야기는 합리적인 혜자의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것으로만 여겨진다.  

[iii] 『미학으로 동양 인문학을 꿰뚫다』 주랑즈 지음, 신원봉 옮김. 알마(2013) P. 34 참조

[iv] 도척은 장자 잡편 盜跖(도척)편에 등장하는 큰 도둑, 曾參(증삼)은 공자의 제자로서 매우 훌륭한 효자, 史鰌(사추)는 춘추전국시대 위 나라의 충신. 屍諫(시간)으로 유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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