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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ug 13. 2017

말발굽

장자 외편 2 마제

말발굽 - 馬蹄(마제)


말발굽은 소나 돼지 와는 달리 통 굽, 즉 갈라져 있지 않다. 말발굽에는 보통 쇠로 된 굽쇠를 덧붙여서 말이 이곳저곳을 달려도 발굽을 상하지 않게 보호해 준다. 하지만 이 모두가 말에게는 불필요한 일이다. 인간이 필요해서 굽쇠를 붙이는 것이지 말이 필요할 리 만무하다. 뿐만 아니라 말에게 재갈(입 안에 넣는 쇠 막대기, 생각해 보라 말의 입장을!)을 물려 이리저리 말을 조종하고 또 사람이 타기 편리하게 안장을 말 허리에 얹고 관리를 위해 털을 깎으며 심지어는 빨리 달리라고 채찍을 휘두르기까지 한다. 정말 말 입장에서 본다면 인간은 거의 악마 같은 존재일 것이다.


‘장자’는 말(馬) 발굽 이야기를 통해 인위(人爲)야 말로 무용하고 동시에 모든 본성을 침해하는 심각한 위해 요소라고 이야기한다. 옹기장이가 다루는 무생물인 흙도, 역시 목수가 다루는 무생물인 나무에 대하여도 ‘장자’는 그 무생물의 입장에서 옹기장수의 재주와 목수의 재주가 무용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당시의 현실 정치를 이야기하는데 언뜻 보기에는 백성을 내버려 두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백성의 본성을 침해하지 말라는 것이 ‘장자’의 본뜻이다.


‘장자’는 계속해서 백성의 입장에서 이야기한다.(사실 공, 맹은 모두 위정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생각하며, 어떨 때는 아주 고매한 위치에서 어리고 우매한 백성들을 타이르는 소리가 대부분이다.) 백성들에게 무위로서 정치하면, 즉 말에게 본성대로 살게 하고, 흙은 본성대로 두며, 나무 또한 본성대로 조잡하고 불편한 인위를 가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스스로 본성대로 돌아가 그곳에서 자연과 사람은 근본적인 도와함께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장자’는음악도 예의도 결국 인위의 소산이어서 무위의 도에 어긋나는 것이라 하고, 성인(언제나 공, 맹)이 말하는 어짊, 의로움, 예의, 지혜 또한 항상 자연의 본성에 존재하는 지극함에 어긋나는 인위의 소산이라고 보았다. 아마도 ‘장자’는 당시‘공자’의 이야기에 진저리를 친 사람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장자’의 생각에는 ‘공자’라는 존재 자체가 당시의 상황을 만들어 낸 장본인쯤으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장자’도 이미 내면화되어있던 ‘공자’의 유교 논리를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하고 있으니 이 또한 아이러니이다. 


지금 우리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뭔가를 여기서 찾으려 할지도 모른다. 지금의 현실, 또는 자신의 처지에 적용될 그 무엇을 아주 애타게 발견하려 하는지도 모른다. 벌써 적용할 단어나 특정 문구를 정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또한 인위요, 무위의 도가 아님은 자명하다. 2300년 전 이야기에서 지금의 현실에 쓰일 이야기를 찾는다는 것은 마치 고고학자가 무너진 폐허에서 유물을 찾아내는 것처럼 어렵고 힘든 일이다. 


가끔 찾아내는 보물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 유적이나 폐허를 그대로 두어도 때로 좋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위의 이야기에서 그 무엇도 의도적으로 발굴해 내려는 마음을 놓고 다만 조용히 ‘장자’의 이야기를 읽고, 그 이야기를 한 ‘장자’의 생각을 더듬어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을 넘어 시비와 흑백을 가려 분석하고, 해체 조합하는 것은 ‘장자’가 가장 경계하는 심각한 인위이기 때문이다.  


毁道德以爲仁義(훼도덕이위인의) : 도덕이 훼손되어 인의가 되었으니 

聖人之過也(성인지과야) (이것은) 성인의 허물이다.

屈折禮樂以匡天下之形(굴절예악이광천하지형) : 예악으로써 손발을 굽혀 천하 사람의 모양을 바꾸고 

縣跂仁義以慰天下之心(현기인의이위천하지심) : 인의를 높이 내세워 천하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려 했다. 

而民乃始踶跂好知(이민내시제기호지) : 그리고 백성들은 이것(인의와 예악)에 힘써서 지혜를 좋아했다.

爭歸於利(쟁귀어리) : (그러나 너무 지혜를 따져서) 서로 이익을 다투는 지경에 이르러,

不可止也(불가지야) : 그치게 할 수 없게 되었다.

此亦聖人過也(차역성인과야) : 이것 또한 성인의 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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