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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ug 13. 2017

붙은 발가락

장자 외편 1. 변무

붙은 발가락 - 駢拇(변무) 편


변무에는 이주(離朱 맹자에서는 이루 離婁), 사광(師曠), 증삼(曾參) 사추(史鰌), 양자(楊子) 묵자(墨子)가 등장한다.


이주는 멀리서 털끝을 분별할 수 있는 눈을 가졌다는 전설적 인물이다. 사광은 진나라 평공 때의 유명한 음악가이다. 증삼은 공자의 제자로서 어짊을 행하였고, 사추는 위나라의 대부로 의로움을 행한 인물이다. 양자는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를 주장한 전국시대의 사상가이며, 묵자 역시 전국시대의 사상가로서 실리적 겸애설을 주장한 사람이다. 모두『장자』 외편 첫 번째 駢拇(변무)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변무란 엄지발가락과 둘째 발가락이 붙었다는 말이다. 분별에 대한 인식을 ‘장자’는 언제나 이런 방식으로 접근한다.(우언의 방법이다.) 이를테면 비 정상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그것에 대한 비정상적인 해석을 경계하라는 식이다. 눈이 지나치게 밝은 ‘이주’도, 귀가 지나치게 밝은 사광도, 어질고 의로움에 집착하는 증삼과 사추도, 또 변설을 중시하여 남을 비판하거나 칭찬하는데 쓸데없는 말을 하는 양자나 묵자도 결국 ‘장자’가 말하는 道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변무에서 ‘장자’는마침내 내편 7 편의 이야기의 비유적 묘사와 간접적 방법에서 약간은 벗어나 직설적이며 때로 용감하게 현실을 비판하고, 어떤 경우에는 매우 현실적인 대안까지 내놓는 다소 용감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즉, ‘장자’에 의하면 세상살이에 있어 어짊과 의로움은 마치 육손이나 발가락이 붙은(변무) 존재처럼 불필요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장자』 외편은 순수한 ‘장자’의 창작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매우 합리적인 의심이 가기도 한다. 

  

‘장자’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 인위적인 행위에 대한 경계 한다. 즉, 도둑질만큼 (이 험한 세상- ‘장자’ 당시의 세상) 어짊과 의로움을 행하겠다는 이야기는 위험하다. 심지어 ‘장자’는절의를 위해 굶어 죽은 백이와 평생 도둑질을 하다 죽은 도척을 인간의 본성을 저버린 사람으로 보았고, 그런 행동은 모두 道와 거리가 멀다고 이야기한다. 즉, ‘장자’는사람의 본성을 해친다는 것은 참됨(즉, 道)과 거리가 멀다고 본 것이다.


‘장자’가 ‘변무’에서가장 강조하는 것은 사람의 본성을 넘는 일 자체가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다. 


변무 편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이야기는 지금의 현실과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이야기다.


夫不自見而見彼(부불자견이견피) : 대게 자기 스스로 보지 못하고 남의 본 것만을 본다거나, 

不自得而得彼者(불자득이득피자) : 자기 스스로 얻지 못하고 남의 것만을 얻는다는 것은, 

是得人之得而不自得其得者也(시득인지득이불자득기득자야) : 이것은 남이 얻은 것만을 얻으려 하고 자신이 지녀야 할 것을 스스로 지니지 않는 것이 된다. 


현재 권력을 쥐고 있거나 또는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새겨 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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