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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Nov 03. 2017

낙석등

絡石藤(낙석등) 마삭줄


得意而忘美 (득의이망미)* 뜻은 얻었으니 아름다움은 잊으려네,

接美虛妄盡 (접미허망진) 아름다움에 다가서니 허망함이로다.

心象遠眞理 (심상원진리) 마음은 진리로부터 멀어지는데,

猶體尤鮮態 (유체우선태) 오히려 몸은 더욱 선명하구나.


2017년 11월 3일 아침 학교 주차장 뒤편 바닥에 마삭줄을 보다. 붉어지는 마삭줄을 보며 장자의 외물을 떠 올리다. 장자 외물 마지막에 이런 말이 있다. 


* 荃者 所以在魚 得魚而忘荃 蹄者 所以在兎 得兎而忘蹄 言者 所以在意得意而忘言 吾 安得夫忘言之人 而與之言哉(전자 소이재어 득어이망전 제자 소이재토 득토이망제 언자 소이재의 득의이망언 오 안득부망언지인 이여지언재) 통발은 물고기를 잡기 위한 도구인지라 물고기를 잡으면 통발은 잊어버리며, 올무는 토끼를 잡기 위한 도구인지라 토끼를 잡으면 올가미는 잊어버린다. 〈이와 마찬가지로〉 말이라고 하는 것은 뜻을 알기 위한 도구인지라 뜻을 알고 나면 말을 잊어버린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뜻보다 말을 중시하여말을 천착하니; 외부에 매달리니〉 내 어디에서 말을 잊은 사람을(외부의 형체를 잊은 사람) 만나 그와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 


마삭줄 잎이 사라지는 날, 마침내 마삭줄은 본래의 그 뜻을 이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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