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hos

by 김준식
황재형(1952~), 아버지의 자리. 2013

막장이란 말이 있다. 그 뜻은 탄광 갱도의 막다른 곳이란 말이다. 하지만 요즘 이 말의 뜻은 인생 갈 때까지 간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더 쓰이는 추세다. 하지만 실제로 그 탄광 막장의 끝에서 여전히 오늘도 검은 희망과 미래를 캐내는 사람들이 있다.


화가 황재형은 전라남도 보성 출신으로 중앙대 미대를 졸업 후 1982년 가족과 함께 강원도 태백으로 들어가 직접 탄광촌의 주민이 되어 민중의 시선으로 이 땅과 민중의 모습을 그리는 작가다.


그가 그곳에서 보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여기 그가 본 세상을 설명하는 그림이 있다.


노인이 눈에는 금방이라도 흐를 것 같은 눈물이 고여 있다. 삶의 회한과 억누른 슬픔이 꽉 다문 입술에 묻어난다. 입술에 있는 흉터는 험난한 그의 삶을 보여 주는 듯 여러 개가 보인다. 깊고 굵게 파인 그의 주름 속에는 검은 탄가루 보다 더 검고 깊은 삶의 상처가 숨어 있는 듯하고 이마 곳곳에는 영원히 지워질 것 같지 않은 검은 석탄이 희미하게 묻어있다.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막장에서 숨쉬기조차 어려운 탄광 마스크를 쓰고 굴착 기계의 굉음과 언제 쏟아져 죽음에 이를지도 모르는 석탄더미의 공포와 싸웠고, 그 지독한 막장에서 그래도 삶의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았다. 그리하여 마침내 진폐증으로 노년을 보내고 있는 그림의 주인공인이 사람에게 빛나는 지상은 아름다운 희망의 세계일까?


거기 오늘도 여전히 지하 수 백 미터 밑에서 검은 희망 혹은 절망을 캐내는 사람들이 있다.


작가는 말한다. “탄광만 막장이 아닙니다. 세상 어디라도 막장은 있습니다. 저는 그 삶과 정면으로 부딪혔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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