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6. 밤

by 김준식
헝가리 출신의 Mihály Munkácsy(미하이 문카치)가 그린 골고다. (세편의 연작 중 두 번째) 460*712, 1884.

* 위 그림은 성탄절이 지난 하루 뒤 다시 그의 죽음을 통해 이루어지는 지상의 영광을 떠 올린다. 물론 나는 기독교도가 아니다.

2017년 12월 26일, 오늘을 보내면서 미립자처럼 작아지는 나의 생각과 더불어 거대해지는 세상의 불균형을 체감한다. 이유야 너무나 많겠지만 가장 분명한 이유는 나이 듦이다. 나이 듦은 불안을 동반한다. 불안은 모든 일을 서두르게 만들고 그 서두름은 치밀함과 조심성을 잃게 만든다. 나이가 많지도 않은데 벌써 이런 감정적 소비를 하고 있는 자신이 참 답답하고 한심하지만 분명한 것은 결코 멀지 않은 곳에서 나의 나이는 야금야금 나를 먹고 있는 것이다.


하여 일전에 강의했던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 1646 ~ 1716)의 '단자론'을 다시 펴본다. 단자론을 보니 원자론으로 이어진다. 역시 불안과 잡념을 없애는 최고의 방법은 그저 책을 보고 글을 쓰는 것이다. 복잡한 수학적 공리이면 더 좋겠지만 수학은 여전히 어렵고 조금 수월한 철학적 공리의 흐름을 더듬으며 2017년이 끝나는 12월 26일의 밤을 보내고 있다. 원자론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데모크리투스(Democritus, B.C. 460~360)는 지금의 그리스, 불가리아, 터키의 영역인 트라키아(Thracia) 해변에 있는 아베라(Abera) 출신으로서 낙천적인 기질 때문에 웃는 철학자(Gelasinos)라는 별명이 있었다. 당시의 노예제 민주정체에서 상공업 층의 이데올로기를 대변했던 그는, 다방면에 걸친 풍부한 지식을 겸비한 백과전서적인 지식인이었으며 스승 레우키포스(Leucippus, BC 5C 경)와 함께 고대 원자론을 확립하였다.


그는 물질의 영원성 즉, 비 창조성과 불멸성을 역설하였다. 원자론에서 그는 충만(充滿)과 진공(眞空)을 구별하였으며 충만은 무수한 원자로 이루어지고 이들 원자는 모양․위치․크기로 다만 기하학적으로 구별될 뿐이며, 진공 속의 원자의 운동은 원자의 무게에 의해 생겨서 영원히 계속된다고 하였다.


데모크리토스에 의하면 진공 속의 원자의 운동에는 측면 운동․원운동․소용돌이 운동이 있으며 비교적 가벼운 원자는 바깥으로, 무겁고 큰 원자는 안쪽으로 밀집한다. 안으로 밀집한 것은 대지(大地)가 되고 바깥으로 향한 것은 공기․불․하늘이 된다고 하였다. 무한한 세계가 동시에 존재하고 이들 세계는 영원히 생성과 소멸을 되풀이한다.


그는 이러한 존재와 운동이 역학적인 것이며 거기에는 우연성이 끼어들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나아가 인간의 정신은 가장 정교한 원자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였다. 이 원자론을 중심으로 한 그의 학설은 유물론의 출발점이며, 그 후 에피쿠로스(Epicurus, 341–270BC)와 그 뒤 루크레티우스(Titus Lucretius Carus, 99~55 BC)에 의해 계승되어 후세 과학사상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철학뿐만 아니라 수학, 천문학․생물학․음악․시학․윤리학 등 다방면에 걸친 그의 깊은 지식은 당대에서 명성도 얻었지만 한편으로 그의 유물론적인 주장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비난도 많이 받았다. 특히, 플라톤은 그를 무시한 나머지 그의 저작을 닥치는 대로 불살라버렸다. 관념론자들의 이러한 배타적인 태도는 고금을 통하여 여럿 확인되는데 플라톤의 이러한 무식한 짓거리 탓에 데모크리토스의 유작은 오늘날 남아 있는 것이 드물다.


일체의 현상이 기계적 운동에 의해 생긴다고 보는 세계관과, 세계의 모든 운동의 본성(本性)을 원자(atom)의 집합과 이산(離散)으로 설명한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은 근대에 와서 홉스(Thomas Hobbes,1588~1679)와 가상디(Pierre Gassendi, 1592~1655)에 의해 계승된다.


그 후, 18세기의 프랑스에서는 자연과학의 발전에 따라 모든 현상을 역학적인 개념이나 법칙에 따라 설명하고, 질적으로 다양한 현상을 물질의 역학적 운동으로 환원하는 프랑스 유물론이 성립되었다.


프랑스 유물론은 계몽사상에 독특한 색채를 가미하였고, 대표적 학자로는 D. 디드로, J.O. 라메트리, P.H. 올 바크, C.A. 엘베시위스 등이 있다. 이들은 감각론(感覺論) ․무신론(無神論) ․쾌락설(快樂說) ․공리설(功利說) 등으로 구제도(舊制度)나 사변적(思辨的) 형이상학 ․신학을 이성과 과학의 입장에서 신랄하게 공격하여 프랑스 대혁명의 사상적 선구가 되었다.


19세기의 독일에서는 의식이나 사고(思考)를 자연법칙으로 환원시키는 W. 포크트, J. 모레스 코트 등의 속류 유물론(俗流唯物論)이 되었다가 이윽고 변증법적 유물론에 의하여 극복되었다.


마침내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1831)에 도착한 데모크리토스는 변증법적 유물론이라는 거대한 호수를 만들었고, 그 호수의 물줄기 중 일부는 엥겔스가 기초하고 마르크스가 주장한 공산주의라는 호수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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