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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ug 25. 2016

Rome, 거대한 유적의 도시

로마(유럽여행 7, 끝)

판테온 측면
트레비 분수
판테온 정면
콜롯세움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콜롯세움 내부

2.    로마의 이곳저곳


테베르 강변의 작은 도시였던 로마가 고대 세계를 제패하는 제국으로 성장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미스터리에 가깝다. 물론 여러 가지 가설이 존재하지만 결국 가설은 가설일 뿐, 완벽하게 증명된 바 없으니 로마의 세계제국으로의 발전은 여전히 연구해 볼 만한 주제임에 틀림없다.


도시 자체가 오래된 박물관이며 도시 자체가 하나의 유적인 이 오래된 도시에 첫 느낌은 자욱한 담배연기와 여기저기 나 뒹구는 쓰레기였다. 로마에서 가장 큰 역이자 이탈리아에서 로마로 모이는 중심역인 테르미니(Termini : 말 그대로 종착지라는 뜻이다.) 역은 대단히 복잡했다. 동 서로마제국이 멸망하고 유럽에서 가장 통일이 늦었던 이탈리아의 중심부는 그렇게 오랜 역사처럼 노쇠한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로마의 랜드마크인 콜로세움은 이미 2천 년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자리에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지나면서 이탈리아의 독재자들이 콜로세움 곳곳에 박혀있던 쇠붙이를 빼내 그것을 녹여 무기로 쓰는 바람에 콜로세움 외벽은 마치 총이나 포탄을 맞은 것처럼 흉물스러운 외관이 되었다.


그 이유 때문인지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콜로세움은 기대만큼 멋진 유적은 아니다. 다만 로마 시내의 가장 크고 유명한 점에서 약간의 의미가 있을 뿐이다. 콜로세움의 정식 명칭은 '플라비우스 원형경기장(Amphitheatrum Flavium)'인데 로마의 융성이 막 시작되었던 플라비우스 왕조 때 세워진 것으로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착공하여 A.D 80년 그의 아들 티투스 황제 때에 완성되었다.


그곳에서는 글래디에이터(劍鬪士)의 시합과 맹수 연기(猛獸演技) 등이 시행되었으며, 그리스도교 박해 시대에는 신도들을 학살하는 장소로도 이용되었다. 피지배계층의 관점이나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는 말할 수 없이 잔인하지만 고대 로마의 위정자들에게 이 원형 경기장은 잔혹한 경기를 통해 로마 시민으로서의 일체감을 느끼게 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황제 지배의 위엄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의 하나였을 것이다.


콜로세움 옆으로 파리 개선문의 원조가 된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이 있다. 이제는 매우 퇴락했지만 그 옛날 전쟁에서 이긴 장군들과 군인들이 저 개선문 앞에 서면 열광적인 로마 시민들은 그들을 환영했을 것이다. 그 옆으로 이어지는 팔리티노 언덕을 오르면, 포로 로마노(ForoRomano – 로마 공 회장)의 폐허를 만날 수 있다. 이리저리 나 뒹구는 거대한 돌들로부터 기이하게도 영감을 받는 것은 오직 나만의 경우인가? 로마의 여름 하늘은 참으로 유별나다. 마치 그림처럼 구름 몇 점이 파란 하늘을 장식하고 있는데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강렬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여기는 로마다. 값싼 감상과 단지 몇 개의 시각적인 아름다움만 생각할 수 없는 전쟁과 침략의 본거지가 아닌가?  얼마나 많은 민족과 얼마나 많은 국가들이 로마로 인해 멸망하고 멸종했는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들이 유럽 곳곳에서 저지른 침탈과 만행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유적과 유물들의 반대쪽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는 1453년 교황 니콜라우스 5세가 고대의 수도 ‘처녀의 샘’을 부활시키기 위해 만든 것에서 시작된다. 그 후 1726년, 교황 클레멘스 13세 시절에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됐다. 이때 분수의 설계는 니콜라 살비가 담당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중심으로 그의 아들 트리톤, 해마 등의 조각이 배치돼 있다. 어깨너머로 동전 하나를 던져 넣으면 로마를 다시 한번 방문할 수 있다고 하며, 두 번째 동전을 던져 넣으면 소원을 빌 수 있다는 속설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마치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돌아서서 동전을 던지고 있었다. 참 영리한 사람이 지어낸 사술을 감상으로 포장하니 어느새 이 말은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트레비 분수를 더욱 유명하게 했다.



중 고등학교 미술시간 석고데생의 모델로 유명한 아그리파는 로마의 집정관이었다. 그 아그리파 시절에 만든 거대한 신전이 바로 판테온이다. 판테온이라는 명칭은 그리스어로 모두를 뜻하는 판(Pan)과 신을 뜻하는 테온(Theon)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아그리파 집정관에 의해 처음 건축된 판테온은 로마에서 발생한 대 화재로 완전히 소실되었고 이후 하드리아누스 황제 때 로마를 재건하기 위한 계획으로 다시 건축되었다. 당시 판테온은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정확하게 전하는 바 없으며 현재는 신전으로만 알려져 있다. 아그리파 집정관 때 처음 만들어진 건축의 흔적으로는 석판이 남아있는 것으로 전한다.


돔의 채광은 돔 정상에 설치된 지름 9m의 천창뿐이며, 벽면에는 창문이 없고, 거대한 본당의 외형에는 전혀 장식이 없다. 그 수적 비례의 미와 강대한 내부 공간의 창조는 당시의 경이적인 토목기술로서 서양 건축사상 불후의 명작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집트에서 가져온 하나의 돌로 깎아 세워진 8개의 기둥을 보며 로마의 역사를 다시 생각해본다. 침략의 역사, 그리고 이민족의 물건으로 만든 기둥이라니!! 또 동시에 먼 먼 동양의 나는 우리의 석굴암을 떠 올리며 규모의 차이에 압도되어 우리 조상의 탁월함이 가려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기막힌 사술은 ‘진실의 입’이라는 곳에서 절정에 달한다. 지금 진실의 입이라고 불리는 저 돌판은 현재 산타마리아 델라 코스메딘 성당 입구의 벽면에 붙어 있는데 로마시대에는 가축시장의 하수도 뚜껑으로 사용되었다고도 한다. 강의 신 홀르비오의 얼굴을 조각한 직경 1. 5m 의 이 대리석 돌은 중세 때부터 정치적으로 이용되어, 사람을 심문할 때 손을 입 안에 넣고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손이 잘릴 것을 서약하게 한 데서 '진실의 입'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그 진실이란 누구의 기준이며 무엇으로부터의 진실인가? 참으로 모호한 유적임에도 로마 관광의 필수 코스가 된 것을 보면 할리우드 영화(로마의 휴일)의 공도 크지만 대수롭지 않은 유적에 이야기를 만들어 낸 이탈리아 사람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입구에 가니 돈을 받는다. 멀찌감치 떨어져 보고 그냥 돌아섰다. 꼭 볼 필요도 없고, 거기에 손을 넣어 필요도, 또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고대 로마의 榮華를 보기 위해서는 캄피돌리오 언덕을 올라가 보아야 한다. 그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곳이 그 유명한 캄피돌리오 광장이다. 고대 로마의 발상지로 전해지는 7개 언덕의 하나인 캄피돌리오 언덕 한 모퉁이에 미켈란젤로의 구상으로 1547년에 건설되었다. 큰 계단 위에 전개된 이 광장은 좌우 양쪽의 한 쌍의 건물, 즉 카피톨리노 박물관(1644∼1655)과 팔라초 콘세르바토리(1564∼1568) 및 안쪽 정면의 시청사(1592년 완성)의 3개 건물로 둘러싸여 있다. 좌우 건물이 마주 보는 간격은 투시 효과(透視效果)의 조화를 위하여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향할수록 넓어지게 배치되어 있다. 광장 중앙에는 로마의 5 현제(賢帝) 중 마지막 현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기마상이 있다. 광장과 건물의 디자인은 그 수법의 독창성과 공간 통일(空間統一)의 탁월성으로 해서 미켈란젤로의 가장 뛰어난 건축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미켈란젤로 그의 손길은 로마 시내 어디든 발견할 수 있다.



로마 이곳저곳을 돌면서 계속 마주치는 건물이 있다. 그 건물은 흰색 대리석으로 지어져 눈에 잘 띄며 로마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1885년 건축가 쥬세페 사코니(Giuseppe Sacconi)의 설계로 1911년 완공된 비토리오 에마뉴엘레 2세(일명 조국의 계단) 기념관이다. 통일된 이탈리아의 첫 번째 국왕인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Vittorio Emanuele II, 1820~1878)를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베네치아 광장(Piazza Venezia)과 캄피돌리오 언덕 사이에 위치한 이 건축물 아래에는 1차 세계대전 때 숨진 무명용사들의 묘가 있어 꺼지지 않는 불이 타오르고 있다.


로마는 또 그렇게 오늘도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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