忙中閑
昨夜春雨甚 (작야춘우심) 지난밤 봄 비 심하더니,
空枝滴淋淋 (공지적림림) 빈 가지 물방울 후드득.
靑黃不齊諿 (청황부제집) 파랗고 노란색 어긋난 듯 어울리나니,
風流恒自新*(풍류항자신) 풍류는 늘 새로움으로부터.
2018년 3월 8일 오전. 봄 비 멈춘 뒤 책상 앞에 핀 작은 꽃을 보다. 어제저녁 봄 비 치고는 비가 많이 오더니 아침 건듯 부는 바람에 아직은 새싹도 없는 빈 가지에 물방울들이 바람에 후드득 떨어진다. 가늘고 긴 잎 사이로 핀 노란 꽃이 짙은 파란색을 배경으로 너무나 강렬하다. 마치 싸우고 있는 듯. 두 개의 객관적 사실은 전혀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그 두 사실의 중간쯤에 내가 있다. 하여 관찰을 통한 깊이에의 탐구는 이 두 개의 사실을 연결시킴과 동시에 또 다른 객관적 사실을 창조해내는데 그것을 風流라고 스스로 정의해 본다.
* 조선 중기 성종 연간의 문신 이행의 시 ‘평생의 친구 남만리를’ 중에 한 구절을 용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