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限花序 무한 꽃 차례
欽望紅白花 (흠망홍백화) 희고 붉은 꽃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下萎未上夢 (하위미상몽) 밑은 시들고 위는 아직 꿈꾸는구나.
穗狀離私慝 (수상리사특) 꽃망울은 사사로움으로부터 멀고,
高風但天督*(고풍단천독) 고결한 풍모는 하늘만 보고 있네.
접시꽃의 계절이다. 꽃을 오래 바라보면 꽃은 또 다른 나로 변하여 거기 서 있다. 객관적 타자로서의 자아인 것이다. 철저하게 격파하여야 할 자아의 모습은 언제라도 또, 어디라도 있다. 기약 없는 무한 꽃 차례를 기다리는 작은 꽃망울에서 조용히 배운다.
* 추사 김정희의 白坡像贊(백파상찬)에서 그 뜻을 가져오다. 백파는 추사의 친구이자 18~9세기 조선 선 불교의 중요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