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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un 24. 2018

석양

附傳日暮寫眞(부전일모사진) 전해받은 석양 사진에 붙임. 


麗曛混天地 (려훈혼천지) 아름다운 석양 천지와 섞이니, 

我山乃聯圮 (아산내연비) 내속에 산, 연이어 허물어지네.  

想停跡途止 (상정적도지) 길도 생각도 끊어졌는데, 

但瞻靑山外 (단첨청산외)*부질없이 푸른 산 모퉁이를 쳐다보네. 


2018년 6월 24일 오후. 며칠 전, 같은 학교에 있는 정선주 선생님께서 고등학교 3학년 담임 덕에(퇴근이 늘 늦는 바람에) 석양을 자주 보시다가 우연히 촬영한 석양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주셨다. 아름다운 석양 사진인데 재주가 없어 이리저리 글을 만들다가 오늘 오후에 드디어 끝냈다. 오로지 나의 경우일지도 모르지만 석양을 대하면 왠지 알 수 없는 회한이 밀려온다. 아마도 살아온 날들이 녹록지 않아서일 것이고, 동시에 살아갈 날 역시 만만치 않아서일 것이다. 오늘은 문득 여름 같은 날이다. 


* 이서구(1754∼1825) 조선 후기의 문인이다. 그의 시 “이른 가을 동음에 있는 내 초가로 돌아왔다. 저물녘에 시냇가를 거닐며 세 수를 지었다.(早秋歸洞陰弊廬, 晩步溪作三首)”에서 한 구절을 용사함. 제목이 참으로 긴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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