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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ug 23. 2018

물방울에서 나를 보다.


於滴見我(어적견아)*물방울에서 나를 보다. 


昨夜小雨凝數滴 (작야소우응수적) 지난 밤 가는 비에 물방울 여럿 맺히더니,

乍顯危形同吾跡 (사현위형동오적) 아슬아슬, 지나온 내 모습 같구나.

微重草揉將受臲 (미중초유장수얼) 가는 무게에도 풀 휘어 문득 불안하더니,

從風竝雨易此俴 (종풍병우역차천) 바람 따라 비오면 이 몸 바뀔 뿐.


2018년 8월 23일 점심시간, 지난 밤 잠깐 스친 비에 풀잎 위에 물방울들이 맺혀있다. 바람 한 줄기 불면 여지없이 흩어질 만큼 위태로운 물방울에서 나의 과거와 현재를 발견한다. 태풍이 느리게 느리게 북상하면 다시 바람불고 비 내릴 터인데 그 비에 이 물방울 흩어져도 또 다른 물방울, 그러나 같은 물방울 생길 것이다.


* 장자 소요유 중, ‘사물에서 나를 보다.(於物見我)’를 용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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