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을 준비하며
성품이 밝아서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우리 반 아이가 있다. 성적은 그렇게 우수하지는 않지만 고만고만하고, 운동 신경이 발달하여 배드민턴을 비롯한 여러 종목을 골고루 잘 한다. 요즘 아이들이 다 그렇듯이 특별한 희망은 없지만 막연하게 아버지의 직업(경찰-공무원)을 동경하며 나름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 아이다.
그런데 여름방학을 끝내고 개학을 하면서 문득 학생의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다. 어떤 학교에 전학을 전제로 그 학교에서 진행하는 캠프에 아이를 보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특별히 막아야 할 이유도 없고 해서 그 아이를 캠프에 보냈고 캠프를 다녀온 아이는 그 학교가 지금 다니는 우리 학교보다 마음에 더 끌리는 듯했다. 그리고 전학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꺼내서 어머니를 학교에 오시라고 전화를 드렸더니 오늘 오전에 학교에 오셨다.
그 아이 어머니 이야기를 들으며 교사로서 나는 참 기분이 좋았다. 전학을 보내려는 마음이 이렇게 좋아 보기는 아마도 교사생활 동안 처음인 것 같았다. 어머니 이야기는 그 아이의 삶에 깊은 애정과 관심 그리고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진심이 가득했다. 그 아이의 학교 생활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모습에서 좋은 가정의 모습을 느끼기는 했지만 참 좋은 부모님을 가진 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하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 아이가 가려는 학교는 일종의 대안학교 성격이 짙은 학교로서 지리산 자락에 있는 소규모 고등학교다.(2학년 17명) 학교 사정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나는 그 아이가 그곳에서 스스로의 삶을 확인하고 새로운 목표를 찾아낼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지금 내가 있는 학교는 한 학년에 280명 정도의 학생이 다니는 학교로서 본인의 개성과 적성, 그리고 꿈과 행복을 찾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학교임에 분명하다. 인구 30만의 중소도시에 있는 공립 인문계 고교 학생의 삶이란 하루 14시간의 학교생활이 기본이다. 아이들의 목표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전체 학생 중 약 3~4% 정도가 소위 말하는 명문 대학에 진학한다. 그나마 30% 정도는 지방 국립대를 진학하지만 나머지 5~60% 이상의 학생들은 특별한 목적이나 대책 없이 여러 지방 대학에 분산 배치될 뿐이다. 물론 그중에는 진학한 대학에서 기술을 배우거나 능력을 확인하여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기도 한다.
나는 그 아이의 부모님 판단을 참으로 존중하고 동시에 공감하며 감동했다. 그 아이가 지금 보다 훨씬 작은 학교에서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꿈과 희망을 천천히 생각해보면서 조금은 늦더라도, 어쩌면 지금의 자리에 되돌아오더라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에 깊이 감동했다. 그곳 기숙사가 조금 열악하고 그곳 학교가 조금 시설이 떨어져도 그 아이가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만 있다면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그 아이 어머니 말을 들으면서 분명 그 아이는 지금보다는 확실하게 자신의 꿈을 찾을 것이라는 생각이 분명해졌다.
그러고 보니 1학기 말에 불행하게 떠나보낸 또 다른 아이 생각이 난다. 그 아이의 부모사랑과 지금 이 아이의 부모 사랑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본다. 그리고 지금 우리 학교 교사로서 내 반 아이들에게 좀 더 자유롭고 독립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와 터전을 제공해 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이번 주말쯤 그 아이는 그곳으로 갈 것 같다.
사족: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이들을 좀 더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성장시키려는 나의 계획이 상당한 위기에 처해 있다. 9월 1일 자로 부임해 온 교장은 나의 생각과 정 반대에 서 있는 듯해서 고난의 학교 생활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