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2018.9.19 시론

by 김준식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남북 정상회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방문은, 매 장면이 감동이고 매 순간이 새로운 역사가 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분단의 고통으로 뒤틀린 한반도에 분명 새로운 시간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여전히 외세의 압력 탓에 이리저리 눈치를 보는 형국이지만 언젠가는 이 땅 위에서 어떠한 외세의 영향도 없이 결연하게 민족이 하나 되는 순간이 오고야 말 것이라는 희미하지만 확실해야 할 희망이 부풀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금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도 엄청난 외세의 눈치와 압력이 작용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땅의 고위 관료들이 미국과 중국을, 그리고 일본과 러시아를 차례로 방문하여 우리의 입장을 설명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으면서 우리는 우리의 처지에 대해 다시 한번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래서 이 아픔을 딛고 마침내 이겨 당당하고 힘 있는 나라로 만들어야 할 당위가 생긴 것이다.


남북한의 민중들은 한 겨레다. 즉 같은 핏줄을, 그리고 같은 언어를 이어받은 하나의 민족이다. 20세기의 녹슨 산물인 ‘이념’이 갈라놓은 이 땅을 21세기에 우리는 반드시 다시 이어야 하고 또 그렇게 되고야 말 것이다. 하여 지금의 남북한 정상들이 진행하고 있는 일은 우리 역사에서 분명히 일대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오늘 발표한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물론 미국이라는 국제 깡패 세력의 힘이 지배하고 있지만)의 비준 아닌 비준이 있어야 하고, 동시에 북한의 진정성 있는 행동이 뒤 따라야 하겠지만 이 두 개의 트랙은 기어처럼 맞물려 있어 약간의 긴장에도 멈추거나 심지어 기어의 맞물림이 틀어져버리고 마는 지극히 민감한 문제이다. 우리의 걱정이 여기에 있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지금의 남북한 정상의 만남도 지난 북미회담으로 부지런히 돌아갈 것 같던 이 기어가 미국 매파들의 끊임없는 방해 공작으로 멈춰버리자 우리 대통령이 눈물을 머금고 이 기어를 돌리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사실 미국 매파들의 배후에는 미국의 거대 군수자본이 버티고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국제사회의 완전한 평화는 미국의 군수자본에게는 거의 치명적인 상황이 되고 마는데 이것은 언제나 입으로는 자유와 평화, 그리고 인권을 외치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지는 지독한 역설인 것이다. 미국 매파의 중심세력들은 사실 공화당과 민주당에 골고루 포진하고 있어 누가 집권하는가에 상관없이 국제 사회의 분쟁을 부추긴다. 그 목적은 당연히 미국의 이익이며 그 이익을 위해 정치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을 건다. 어쩌면 트럼프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의 일부를 이 땅에 걸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정치가 거대한 포커판이라면 트럼프의 포커페이스 뒤에 숨긴 패가 몹시 궁금해진다. 그리고 동시에 갑자기 슬퍼진다. 약소국의 운명이라니!!!


남북한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천명한 핵심 키 워드는 신뢰였다. 신뢰(信賴)는 타인의 미래 행동이 자신에게 호의적이거나 또는 최소한 악의적이지는 않을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믿음을 말한다. 남한은 북한에게, 그리고 북한은 남한에게 호의적이어야 하고 동시에 이 기대와 믿음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賴는 ‘의지하다’라는 뜻인데 ‘어그러질 剌(랄)’과 ‘조개 貝(패)’로 되어있다. 즉 어그러지는 일을 뭔가 물질적인 것으로 막는다는 의미가 있다. 오래전부터 서로의 믿음에는 물질적인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현실에 대입해보면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물질적 보상, 즉 각종 대북 제제의 해제와 실질적 원조, 그리고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불간섭 등이 바로 ‘의지하다’는 뜻의 ‘賴’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즉 순조롭게 북한의 비핵화가 진행되고, 거기에 남북의 신뢰가 단단해져 여러 부문에서 협력과 교류가 이어진다면 우리가 금세기에 이루어야만 할 통일의 날은 분명 멀지 않을 것이다.


다만 걱정은 아직도 여전히 지금의 정세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친일과 친미의 떨거지들이다. 이 땅에 살면서 이 땅의 사람들이 아닌 그들의 하는 패악에 가까운 말과 행동을 보며 이제 분노를 넘어 측은하기까지 한데, 이 거대한 민족사의 파도를 저들이 어찌 막겠는가? 하지만 작은 힘도 모아야 하는 이 중차대한 순간에도 저들은 끝없이 방해의 돌부리가 되고 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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