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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Oct 09. 2018

미스터 선샤인

지금 시절 이 땅에 피어나는 구절초

日暐公 座前(일위공 좌전) 미스터 선샤인께 바침


七賊五賊旣塵土*(칠적오적기진토) 정미 칠적도 을사 오적도 이미 흙이 되었고,

血淚山下往解放 (혈루산하왕해방) 피 뿌렸던 산하도 이미 해방되었지요.

甫然百年公短折 (보연백년공단절) 공이 돌아가신 지 겨우 백 년,

疆域畸形瑞氣斷 (강역기형서기단) 국토는 기이해졌고 좋은 기운마저 끊어졌지요.

秋色漸深儃儃然 (추색점심천천연) 가을 빛 조금씩 깊어져 고요해지니,

冥途暇隙此世還 (명도가극차세환) 저승에서 틈을 내 이 세상에 들리소서.

公詮今生暫逍遙 (공전금생잠소요) 공의 말대로 지금 생이 짧은 소풍이듯,

巡行此彼夢寐間 (순행차피몽매간) 꿈 속에서 이승과 저승을 두루 다니시기를. 


2018년 10월 9일 한글날. 아내와 산 길을 걸으며 얼마 전 끝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이야기를 잠시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편도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몇 몇 장면은 참으로 인상적인 것으로 기억한다. 국권을 상실해 가던 그 참담한 시절, 옳고 그름이 혼재된 그 시절, 다만 이 땅을 외세에게 뺏기지 말아야 한다는 그 생각으로 숭고한 피를 뿌린 우리 민초들을 보며, 지금도 이 땅 곳곳에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는 친일과 친미, 그리고 모든 친 외세의 무리들이 가증스러워진다. 미스터 선샤인이 누구든 그 양반께 올리는 글이다. 한일 합방 이전부터 해방되기까지 멀리 차가운 만주 땅에서 그리고 이 땅 위에서 오로지 조국의 해방을 위해 뜨거운 피를 흘리며 사라져간 순국 선열들이 모두 미스터 선샤인이라고 생각한다. (선샤인을 한자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가 태양을 뜻하는 日과 햇살이 빛나는 모양을 뜻하는 暐로 했다.)


*정미칠적(丁未七賊): 대한제국에서 을사늑약 체결 2년 후인 1907년 7월에 체결된 한일신협약(제3차 한일협약 또는 정미7조약) 조인에 찬성한 내각 대신 일곱 친일파를 가리킨다. 이완용, 송병준, 이병무, 고영희, 조중응, 이재곤, 임선준 일곱 놈이다.


*을사오적(乙巳五賊)은 1905년 11월 17일 대한제국에서 을사늑약의 체결을 찬성했던 학부대신 이완용, 군부대신 이근택, 내부대신 이지용, 외부대신 박제순, 농상공부대신 권중현의 다섯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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