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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Oct 11. 2018

한로를 지나며

過寒露節氣 한로를 지나며


世混上平靜 (세혼상평정) 세상 어지러워도 하늘은 고요하고,

身穩心芒惚*(신온심망홀) 몸은 평화로운데 마음은 흐릿하구나.

積庚無別邪 (적경무별사) 세월 가도 아무일 없는가?

愚頗漸漸濃 (우파점점농) 어리석은 편견만 짙어지는데.


2018년 10월 11일. 지난 월요일(10월 8일)은 24절기 중 寒露였다. 寒露는 글자 그대로 찬이슬이 맺힌다는 뜻이다. 태양 황경이 195도가 되는 때를 말한다. 날짜는 양력으로 10월 8일 혹은 10월 9일 경이다. 통상 음력 9월 9일인 중양절과 겹치지만 올해는 아니다. 이제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가을을 나타내는 마지막 절기는 霜降이다. 찬 이슬이 내려도 마음은 언제나 흐릿할 뿐이고, 절대의 시간 속에 허우적거리는 스스로를 본다. 하여 날로 어리석어지고 날로 편견에 사로잡히게 된다.


* 芒惚(망홀): 『장자』 至樂(지락) 마지막 부분쯤에 ‘장자’의 妻가 죽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혜자’가 ‘장자’의 집에 조문하러 들리니 ‘장자’는 두 다리를 뻗고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하고 있었다. ‘혜자’가 어이없어 하자 ‘장자’는 죽음의 상황을 芒惚, 즉 만물이 생기기 이전의 흐릿한 상태로 비유했다. 자기 부인은 죽어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갔으니 슬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망홀은 그저 모든 것을 잘 분별하지 못하는 흐릿하다는 뜻으로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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