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懷
匡坐望商元 (광좌망상원) 바른 자세로 앉아 가을 하늘 바라보니,
天雯非常乎 (천문비상호) 하늘에 구름무늬 예사롭지 않아라!
諸物還寥已*(제물환요이) 여러 사물은 텅 빈자리로 되돌아 가는데,
伊人留慢憍 (이인유만교) 오직 사람만 아무렇게나 머물러 있구나.
2018년 10월 13일 토요일 오후. 내가 살고 있는 금산 못 위 하늘을 바라다보니, 이미 가을 하늘은 매우 높아져있고 구름 모양도 예사롭지 않다. 가을이 되면 여러 사물들은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가 겨울을 보낼 준비를 한다. 하지만 오직 사람들만 끊임없이 방만하고 교만해지니…… 나 역시 그 가운데 있다.
* 『장자』 ‘지북유’ 11번째 이야기에는 ‘동곽자’가 ‘장자’에게 ‘도’가 어디에 있는지 묻는다. 이때 ‘장자’는 요이오지(寥已吾志, 내 뜻이 고요해짐)의 경지를 설명한다. 즉 텅 비어 고요한 자리에 ‘도’가 있을 수 있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