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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Oct 17. 2018

드러남


昭著 (소저) 드러남.


凝露知蛛家 (응로지주가) 이슬 맺히니 거미집인 줄 알겠고,

鵬飛越世辨 (붕비월세변) 큰 새 날아 세상의 구별을 넘는구나.

露中含宇宙 (로중함우주) 이슬 한 방울 우주를 머금지만,

無一無分別*(무일무분별) 어느 하나 분별없는 것이 없어라.


2018년 10월 17일 아침 출근길 학교 주차장. 안개가 자욱하니 거미집에 이슬이 맺힌다. 하여 거미집이 도처에 보인다. 모든 것이 이와 같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다르지 않고, 이슬방울 안 세상이 곧 우주임을 깨닫는 아침이다. 분별은 무용하지만 또한 모든 것이 분별없음이 없다.


* 無一無分別: 중국 명, 청시대의 승려 겸 화가, 그리고 시인인 팔대산인의 시 題畵西瓜(제화서과) 중 한 구절을 차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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