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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Oct 19. 2018

濯影(탁영)


濯影(탁영) 씻은 그림자


空地不見人 (공지불견인) 빈 터에 사람 그림자 보이지 않고, 

松翠背紅幽 (송취배홍유) 푸른 소나무 뒤로 붉음 그윽하다.

日思夜間作*(일사야간작) 낮에 생각하여 밤에 쓰니,

爲我到深惟 (위아도심유) 나를 깊은 생각에 이르게 하네.


2018년 10월 18일 점심시간. 시간을 내어 학교 주변 풍경을 담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는데도 소나무는 푸른빛을 유지하고 있다. 그 뒤 화살나무 붉은 잎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오후 내내 수 백 번 지었다 허물어 마침내 20자의 글을 만들었다. 정판교의 이야기가 참으로 다행스럽게 머리에 떠 올랐다.  


* 정판교(1693-1765)는 청나라 시대의 화가이자 시인이다. 본명은 정섭이고 호가 판교(板橋)이다. 정판교가 자신의 대나무와 글씨의 붓놀림이 다르지 않음을 표현한 시의 의미를 용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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