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교육

가을, 농촌, 소득증대, 무한 경쟁.

농촌에서 농촌을 생각하다.

by 김준식

추석이 끝난 농촌의 가을은 풍요롭다. 내가 근무하는 곤양고등학교 앞은 눈 닿은 곳이 전부 들판이다. 지금 곡식이 열심히 여물어 가고 있다. 오늘은 내년 봄, 수확할 딸기를 정식한 비닐하우스에 농약을 뿌리는 것을 보았다. 딸기 농사를 짓지 않는 흉물스러운 폐 비닐하우스가 학교 주변에 서너 동 있는데 겨울이면 우리 학교 아이들이 담배 피우는 장소로 이용하기도 한다.

딸기 묘목 정식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농촌을 보면 거기에 놀랍게도 도시민이 겪고 있는 삶의 압박과 경쟁이 그대로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사람 사는 세상에 경쟁과 압박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농촌에 사는 사람들은 비교적 그런 상황에서 물러 앉아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우리나라 농가 소득은 2015년 예상 3668만 원(평균의 함정은 무시한다.)으로 여기에 세금 및 공과금을 제외한 순수 가처분 소득은 1000만 원 내외이다. 도시 가구 평균 소득(당연히 평균의 함정이 있다.)은 명목은 5112만 원이며 가처분 소득은 2500만 원 정도이다. (2014년 통계청 자료)



농촌의 소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멀리 1970년대부터 정부는 끊임없이 농가 소득 증대를 정책의 기본으로 삼아왔다. 그 결과 농촌은 돈이 될 만한 것에 모든 것을 걸었고 농촌이 가져야 할 문화적 경관과 삶의 여유, 자연의 위대함과 지속 가능한 자원으로서의 농토에 대한 인식은 내팽개쳐지고 말았다. 오직 소득과 경제성 때문에 전 농토의 약 38%를 비닐하우스가 점령했고 그 탓에 중복 생산된 온실작물의 가격은 형편없이 떨어져 버렸다.(오히려 일부 농민은 이런 일로 농촌을 떠나 버렸다.) 당연한 수요 공급의 원리가 작동한 것이다. 어떤 동네는 아예 일 년 내내 비닐하우스로 땅이 덮여 있어서, 땅이 가지고 있는 대기와 물의 순환과 흡수의 작용은 없고 오직 땅은 경제적 생산도구로 전락하여 이익을 쥐어짜는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여기에 한 술 더 떠 농촌진흥청이라는 기관을 만들어 땅의 모든 것을 쥐어짜라고 농민에게 교육한다. 소위 과학영농이라는 이름으로. 이 땅이 현세대 만을 위한 것인가? 세세손손 물려받은 자산이며 동시에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 아닌가? 어디 땅만 그런가? 바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양식의 폐해로 바닷속은 폐 그물, 폐 부표(스티로폼), 집단적으로 자라는 어류들의 배설물 등이 여름이면 어김없이 적조로 나타나 사람들에게 복수를 한다. 더 이상 연근해에서 어족자원은 살지 못하고 바다 밑은 황폐화되고 있다. 자본이 그 모든 것의 배후에 있다.



대안은 없나? 있다. 아니 많다. 먼저 현재 농민의 소득을 정확하게 분석하여 농민들이 땅을 쥐어짜지 않도록 소득을 보전해 주는 것이 우선이다.(물론 이렇게 되면 도시에서 농촌으로 사람들이 몰릴지도 모른다.) 이 재원은 기업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다시 말하면 농촌의 모든 것이 우리 삶의 터전이라는 생각을 가지도록 국가는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정책을 입안하며 재원을 투하해야 한다.(현재의 모든 구조는 친 기업, 친 자본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이 나라에서 제일 잘 하는 것이 홍보 아닌가? 공공기관을 동원하라! 학교를 동원하라! 생명의 원천인 땅을 살리고 농촌을 살리려고 한다면 교사로서 나도 적극 협조할 용의가 있다.



그리고 농촌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그것은 농민도 정부도 마찬가지다. 농촌은 우리 모두의 거대한 자산이자 문화이자 우리 마음의 경관이다. 곡식이 심어져 자라고 수확되는 과정에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면 농약이, 유전자 조작이 그곳에 있게 된다. 땅이 주는 만큼 먹고 다만 그 땅을 살찌우는 정도의 노력과 투자만을 기울여야 한다. 해마다 곤양면 일대에서 생산되는 딸기 중 조금 늦게 출하되는 것은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팔리고 있는데 이것은 딸기 농업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해마다 비닐하우스를 짓고 딸기 농사를 하는 것은 오로지 돈(내가 더 빨리 출하해서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경쟁적으로 벌려는 생각뿐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아름다운 농촌이 되려면 정부의 농정정책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지금의 정책이라면 몇십 년 후 이 땅의 농촌은 폐허처럼 변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땅이 회복하는 시간은 최소 20~30년인데 지금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모든 것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질 것이다. 100년 200년 500년 뒤 우리 자손들에게 아름다운 땅을 물려주려면 지금 생각을 바꿔야 한다.



참고로 독일의 농촌 이야기를 잠시 해 보자면



선진국 독일 농민들도 농사만 지어서는 먹고살지 못한다. 농가당 연평균 농업소득이 2천만 원 밖에 안 된다.(우리와 거의 비슷하다.) 그중 50% 이상은 세금으로 나간다. 한국 농민의 수준과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러나 한국 농민들과 독일 농민들의 생활은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독일 농민들은 농촌을, 고향을 떠나지 않는다.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지 않도록 기본생계를 국가에서, 정부에서 책임을 지고 있다. 어찌 보면 ‘기본 소득제’나 마찬가지인 직불 금 정책으로 농업 소득만큼 부족한 생활비를 보전해준다. 농민들은 책임과 의무를 다 하는 그런 국가와 정부를 믿고 농촌을 잘 지키고 산다.(기업은 농촌특별세라는 명목으로 전체 기업 이익의 5%를 비율에 따라 자진 납부하고 정부는 이런 기업에게 특혜를 준다. 이렇게 마련된 자원이 2010년 독일 바이에른 주 만 본다면 약 2천만 유로였는데 이 돈은 바이에른 주 등록 농가 소득의 약 11%를 보충할 수 있는 돈이었다. 나머지는 물론 정부의 몫이다.)



무엇보다 독일에는 농부들 스스로 욕심을 조절하고 규제할 수 있도록 법과 정책이 마련돼 있다. 1954년에 만들어져 60년 넘게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 녹색계획(Green Plan)이다. 도시보다 농촌이, 돈보다 사람이 먼저인 독일의 농업정책은 바로 이 4가지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철칙과 같다.



첫째, 농민도 일반국민과 동등한 소득과 풍요로운 삶의 질을 향유하며 국가 발전에 동참한다. 경쟁력 향상, 소득 증대만 추구하 면대 다수 소농들의 토대는 무너지고 이농을 할 수밖에 없다.



둘째, 국민에게 질 좋고 건강한 농산물을 적정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농산물을 과대 포장해 비싸게 파는 것은 세금을 내는 국민을 배반하는 일이다.



셋째, 국제 농업과 식량문제 해결에 기여한다. 자국의 먹을거리 문제 해결은 물론, 먹는 것으로 다른 나라의 목을 조이지 않는다.



넷째, 자연과 농촌의 문화경관을 보존하며 다양한 동식물을 보호한다. 농촌의 자연, 문화 경관은 모든 국민이 즐길 권리다. 국도변, 아름다운 호숫가에는 상점도, 간판도 들어설 수 없다. (우리의 농촌 문화는 반대로 가고 있다. 나무랄 수 없다. 왜? 자본을 강요한 것은 이 나라이고 이 정부며 농민 스스로의 탐욕이다. 각성하자! 돈! 돈! 성적! 최고! 그 모든 것으로부터 조금만 각성해야 한다.)


애향단 - 동네 아이들을 아침에 모아 등교했다.
저 교련복 참 ~~
퇴비증산

농촌 출신으로 초, 중, 고시절 동안 새마을 운동을 겪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지긋지긋한 애향단 활동을 했고 중학교 시절에는 퇴비증산의 일환으로 풀베기 대회를 했으며, 고등학교 시절에는 농번기가 되면 시간표를 국수 영작작작작('작'은 작업이다. 학교 멀리 혹은 가까이 있는 논에 모심기, 벼베기에 동원되었다.)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농촌은 행복해졌을까? 여전히 농촌에 살고 있는 나는 분명히 대답할 수 있다. 아니다라고. 갈수록 더 살기 힘들고 상대적 빈곤만 느끼는 것이 농촌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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