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間
視停坐靜寂 (시정좌정적) 보는 것을 멈추고 고요 속에 있으니,
隨風搖靑林 (수풍요청림) 바람 따라 푸른 숲만 일렁이누나.
往來余不及*(왕래여불급) 오고 감에 스스로 미치지 못하니,
人物兩不尋 (인물양불심) 사람과 사물 모두 찾을 수 없구나.
2019년 5월 1일. 1학기 중간고사 기간이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서 조용히 오후를 보낸다. 오후 시간을 홀로 보내면서 내가 있는 공간을 생각하고, 그 공간에 위치하는 나의 존재를 생각해본다. 내가 눈 감으면 세상은 한 없이 평화롭고 고요하다. 5월의 산에 푸른 숲이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흔들린다.
나이가 들면서 새롭게 아는 사실들이 참 많다. 예를 들면 나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여러 변화를 금방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처음부터도 잘 몰랐을 것인데, 나이가 들면서 이런 사정을 확연하게 깨닫게 되는 모양이다. 누군가 내 마음을 스쳐가고, 또 어떤 일이 내 마음에 흔적을 남겼는지 한 참이 지나고서야 알게 되니, 이미 그 사람과 그 일은 저만큼 멀어졌고, 다만 나는 망연히 바라볼 뿐이다.
5월 1일에 생각하였으나 몇 구절이 떠오르지 않아 오늘에야 비로소 완성하다.
* 굴원의 이소 중 한 부분을 용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