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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May 07. 2019

한 생각

一念

初顧懷無厚 (초고회무후) 처음 마음은 그 두께를 알 수 없었는데,

動念卽萬乖 (동념즉만괴) 생각을 움직이니 만리나 떨어져 버렸네.

一瓣含宇宙 (일판함우주) 꽃잎 하나, 우주를 머금었으니,

空華發緣起 (공화발연기) 공화로부터 연기는 나타나는가!


2019년 5월 6일. 산행 중 주목 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꽃잎을 보다. 꽃이 피는 순간부터 지는 순간까지 그 모든 과정을 함께했던 모든 다른 꽃잎과 헤어져 이제는 자유롭게 땅에 떨어지는 순간, 잠시 주목 위에 멈추어 있다. 꽃잎은 곧 꽃이요, 꽃은 곧 우주다. 우주를 품은 저 작은 꽃잎도 처음에 가졌던 생각은 광대무변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몸 따라 마음도 움직였으니 처음 생각은 수 만리 떨어져 버렸고 홀로 번뇌 망상에 사로 잡혀 이제 緣起에 몸을 맡기는 순간이다.       


空華(공화): 번뇌로 생기는 온갖 망상. 본래 실체가 없는 현상 세계를 그릇된 견해에 사로잡혀 실체가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 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때로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마치 꽃이 있는 것처럼 잘못 보는 일에 비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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