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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pr 30. 2019

말로 다 할 수 없음.

言不盡(언부진) 말로 다 할 수 없음.


數日漸漸紅 (수일점점홍) 며칠, 조금씩 붉어지시더니,

今日竟著像 (금일경저상) 마침내 오늘, 모습 드러내셨네.

邪氣㠨處處 (사기울처처) 사사로운 기운 곳곳에 자욱하여도,

專蕊獨靜安*(전예독정안) 꽃 술만 홀로 고요하여라.


2019년 4월 30일 점심시간. 며칠 비가 내려 학교 주변을 둘러보지 못한 사이에 작약이 드디어 폈다. 붉은 봉우리를 본 것이 지난 금요일이었는데, 오늘 낮 좋은 햇살에 활짝 피어나니 감동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세상은 사사로움으로 가득하니 꽃을 마주하기 미안하다. 저간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꽃술은 한 없이 고요하고 또 아름답다.


* 唐末五代(당말오대) 때의 詩僧(시승) 齊己(제기)의 禪詩 한 구절을 차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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