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1842~1921)
러시아! 거대한 영토만큼 여러 방면에서 나를 놀라게 한다. 미술에서 철학에서 그리고 혁명에서!
단재 신채호 선생에게 아나키즘을 알게 한 러시아의 아나키스트 크로포트킨이 쓴 “빵의 쟁취(1892)”를 주말에 다시 꺼내본다. 문득 변절해버린 내 삶이 한없이 초라해짐을 발견한다. 나도 한 때 혁명을 꿈꿔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 50대 후반의 흐려진 정신과 힘없는 동공이 나의 전부일뿐이다. 더욱이 욕망 때문인지 아니면 알량한 봉사정신 때문인지 구별할 수 없는 일에 하루 종일을 매달렸다.
빵의 쟁취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내용 중 지금의 가치 기준으로 틀린 것도 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것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크로포트킨은 19세기와 20세기 초를 산 사람이다. 당시로서 이 이야기는 거의 최선의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1. 크로포트킨은 재산이 인류 공동의 유산이므로 각 개인이 사유해서는 안되며 인류가 공동으로 그 결실을 향유해야 한다고 본다. - 그람시처럼 낭만적 공산주의 냄새가 풍긴다. 이 원칙은 곧 이어지는 볼셰비키 혁명으로 사정없이 뭉개진다.
2. 생산은 자본가에게 이윤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만인의 행복을 보장하기 위하여 소비를 위주로 계획될 것을 요구한다. - 개인적으로 이 원칙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일부의 이윤 축적보다는 전체의 행복한 소비가 더 중요하다.
3. 크로포트킨은 자본주의 어용 경제학자, 집산 주의자 및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비판, 반박하고 무정부 공산주의를 주창한다. – 하지만 이 무정부주의는 독재적 공산주의(레닌)에게 짓밟히고 만다.
4. 재산의 몰수가 필요하게 된다. 만인의 복지는 목적이고, 몰수는 그 방법이다 – 복지에 대한 패러다임이다. 거의 옳아 보인다. 몰수는 과세로 이해하면 된다.
5. 만인이 배부르게 먹어야 하며, 또한 실제로 가능하다. 만인에게 빵이라는 표어를 가지고서 만이 혁명은 승리할 것이다. – 복지의 방향이자 목적이며 동시에 그 바탕이 되는 생각이다.
6. 주택의 수용은 사회혁명 전체의 맹아를 가지고 있다. 가옥의 수용이 행해지는 날이야말로 혁명은 현실적인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주택문제는 매우 현실적인 대안이 텍스트에 가득 차지만 너무 길어서 옮기지 못함이 아쉽다.
7. 풍부하게 있는 것은 자유롭게 가지고, 한정된 양의 것은 배급한다. – 사회보장정책 및 사회 안전망 정책이다.
8. 높은 생산성을 만인의 선, 만인의 복지를 보장하도록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일체의 생산수단을 장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 – 개인 소유의 집중을 막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재벌 같은 제도는 일찍이 격파되었어야 했다.
9. 우리는 혁명으로부터 더 이상의 것을 기대한다. 빵이 확보된 후에는 여가가 최고 목표이다. – 그렇다 이 여가는 혁명의 최후 보루다.
바탕 그림은 위대한 러시아 화가 일리야 레핀의 '볼가강의 바지선을 끄는 인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