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中霧
白霧滿中谷 (백무만중곡) 흰 안개 골짜기마다 가득하니,
間間峰浮空 (간간봉부공) 사이사이 봉우리 허공에 떠 있네.
深心中溢雰 (심심중일분) 마음속 깊은 계곡 가득한 안개,
蓋容煩惱潮 (개용번뇌조) 실체를 덮으니 번뇌는 넘실대누나.
此霧似我中 (차무사아중) 저 안개, 내 마음속과 닮아있지만,
日照山潔本 (일조산결본) 해 뜨면 산은 깨끗한 본래 모습.
何時到封哉*(하시평봉재) 언제 도에 이르겠는가,
爲行濃霧同 (위행농무동) 노력하여도 짙은 안개는 그대로.
2019년 7월 27일 토요일 새벽. 며칠 째 비가 올 듯 말 듯하고 산에는 안개만 자욱하다. 습도가 높으니 모든 것이 눅눅하다. 마음의 느슨함을 질끈 동여맬 끈이 필요하지만 나에게는 그 끈이 없거나 또는 찾을 수 없다. 하여 번뇌는 넘실거리고 있다. 내 마음속에는 언제나 번뇌가 넘실대는데 내 마음을 내가 어찌할 수 없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사진은 지난주 비 내린 후 함양군 안의면 황석산 풍경이다. 그 당시 생각을 해 두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가 한 주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얼기설기 맞추어 본다.
* 『장자』응제왕 제5 장 마지막 부분에는 무당 계함의 꼬임에 빠졌다가 불현듯 잘못을 느끼고 일상의 삶을 열심히 살다 간 열자의 깨달음 이야기가 나온다. 열자의 깨달음을 이르는 말이 紛而封哉(분이봉재)인데 이는 어지러이 만물과 뒤섞임. 곧 萬物과 일체가 되었다는 뜻으로 物과 我, 是와 非 등 일체의 대립을 모조리 싸안는 혼돈과 무위의 세계에서 노니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장자』에서 혼돈은 부정적 의미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실체, 또는 도의 본래 모습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대종사 마지막 편 숙과 홀, 그리고 혼돈의 이야기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