別離
虛心一考出 (허심일고출) 빈 마음에 한 생각 떠 오르고,
佇眷空蛛家 (저권공주가) 우두커니 돌아보니 빈 거미집.
本始無往來*(본시무왕래) 처음부터 오고 감 없는데,
微昧凋萎間 (미매조위간) 마른풀 사이로 희미한 새벽빛.
2019년 8월 30일 아침. 명신고등학교 교사로서 마지막 날이다. 만감이 교차한다. 따지고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지만 인간이란 항상 자신의 문제를 세계화하고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고 만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나의 학교 마지막 날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내가 보는 사물과 상황에 이입시키고 있다. 세상과 어떤 관계도 없는 나의 개인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리석고 나약한 나는 거미줄에서조차 이별을 본다. 조금 우습거나 혹은 조금 어이없는 감정이다. 하지만 이것이 정확한 나 자신이다.
* 본시무왕래: 열반경의 핵심 내용이다. “열반이란 어떤 것인가? 그것은 옴이 없다. 감도, 머묾도, 죽음도 재생도 없다. 나루터도 없고, 윤회도 없고, 의지 처도 없다. 그러나 진실한 즐거움이 그곳에 있다. 더 이상 나고 죽지 않는 세계이며, 더 이상 변화를 겪을 필요가 없는 세계로 재생도 없고, 죽음도 없고, 오고 갈 필요도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