風景*
知美易難稱 (지미역난칭) 아름다움을 알면서 드러내지 않기 어렵고,
揀色勿不惑 (간색물불혹) 색을 구별함에 현혹되지 않기도 어렵다네.
敝神乎蹇淺*(폐신호건천) 쓸모없는 일에 정신은 피폐해지나니,
蓮影亦虛夢 (연영역허몽) 연꽃 그림자 또한 헛된 꿈인 것을.
2019년 8월 18일 오전. 지난 광복절 날, 고향의 어느 연못에서 촬영한 사진을 두고 내내 고민하다가 일요일이 되어 글을 쓴다. 배롱나무 꽃이 작은 연못 위에 흩어져 붉게 물들어 있고 연꽃 한 송이는 아련하고 청정하게 피어있다. 전체적인 느낌을 살리려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비교적 그 느낌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느낌에 마음을 뺏기는 것은 자칫 본질을 놓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이를테면 변화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표면적인 것에 마비되고 마는 것들이다. 하여 모두 허상이다.
* 風景에서 ‘풍’은 가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물결의 살랑거림에 나타나는 분홍빛 연꽃 그림자의 일렁임과 강렬하게 붉은 배롱나무 꽃잎, 그리고 대조적인 푸른 연 잎. 더불어 검은 웅덩이 물빛이 병렬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이를테면 ‘풍’이다. 그와 반대로 ‘경’은 세로적 이미지다. (물론 그림자라는 의미도 있다.) 드리워진 배롱나무 가지에서 떨어지는 꽃잎의 낙하와 수면에 비친 연 잎과 그 밑으로 이어지는 연 꽃의 반영, 그리고 수직으로 드리워진 하늘을 ‘경’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느낌은 오로지 시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청각, 즉 음악적 뉘앙스로 연결되기도 한다. 대자연에는 항상 푼크투스 콘트라 푼크툼(punctus contra punctum, 대위)의 미묘함이 숨겨져 있다.
* 敝神乎蹇淺: 蹇은 절뚝거리다의 의미이지만 여기서는 한쪽이 ‘비어있다’의 의미이고 淺은 ‘얕다’의 의미로서 부족하다, 또는 남아있지 않다는 의미로 쓰인다. 『장자』 제32편 列禦寇(열어구, 사람 이름이다.)에 등장하는 이 말은 ‘번거롭고 하찮은 일에 정신이 지치다’라는 의미로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