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풍경 3

by 김준식

智水風景 3


不擇何處發 (불택하처발) 가리지 않고 어디나 피어나지만,

此中有別境 (차중유별경) 여기 각각의 경계는 있지.

對美亡巵言*(대미망치언) 아름다움은 사소한 말이 사라지는 것,

回視深山影 (회시심산영) 돌아보니 깊은 산 그림자.


2019년 9월 10일 점심시간. 학교 급식이 조금 늦어지는 바람에 우리 아이들(지수중학교 전교생 약 20명)과 같이 밥을 먹었다. 새로 부임한 나에 대한 묘한 경계와 친절함, 그리고 어색함이 있었지만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다. 금방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나를 대한다. 점심을 먹고 논길을 걷는다. 여기저기 풀꽃들이 지난달까지 근무했던 명신고등학교 주위 풀꽃들과 다를 바 없이 나를 반긴다. 하지만 나의 마음자리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안다. 이 미묘한 경계를 풀꽃들이 알리 없고, 저 위대한 풍경의 참모습을 내가 알리 없다. 돌아보니 오직 짙고 깊은 산 그림자만 보일 뿐.


*치언: 『장자』 寓言(우언)에 의하면 巵言(치언)은 날마다 입에서 나오는 말을 이야기한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치언은 앞뒤가 맞지 않는 엉터리 같은 말을 뜻한다. 하지만 다르게 풀이하는 사람도 있다. 날마다 하는 말이니 이전과 다른 새로운 말이라는 뜻도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불필요한 言說이라는 뜻으로 사용하였다.


사진은 이제 거의 지고 있는 예쁜 '고마리'. 이 땅 곳곳에서 피고 또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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