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 방담

by 김준식

秋日放談 가을날, 이런저런 이야기


退立已無處 (퇴립이무처)물러서자니 물러 설 곳 이미 없고,

不知向進域 (부지향진역)나아갈 방향도 알지 못하여라.

忽孤茫茫旻 (홀고망망민)아득한 가을 하늘, 문득 외로우니,

委己但曼衍*(위기단만연)스스로 변화에 맡길 뿐.


2019년 9월 15일. 오후. 추석 연휴가 끝나 객지에 있는 아이들이 모두 떠나고 허전한 마음 달래기 위해 하릴없이 산길을 걷는다. 이미 가을은 문득 다가와 있었지만 정작 가을을 맞을 아무런 준비가 없다. 물러설 수도 그렇다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모르는 이 어정쩡한 세월을 생각하니 문득 외롭다. 하지만 ‘莊子’의 말처럼 변화하는 것을 막을 수 없으니 그대로 두는 것이 때로 진리를 따르는 것일 수도 있다.


* 『장자』 제물론의 이야기다. 因之以曼衍 所以窮年也 (인지이만연 소이궁년야) 끝없는 변화에 자신을 그대로 맡기는 것이, 이것이야말로 하늘로부터 받은 수명을 다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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