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水 風景 4

by 김준식

智水 風景 4


卽秋禾穎垂 (즉추화영수) 가을이 오니 벼 이삭은 고개를 숙이고,

飛鷺將天靑 (비로장천청) 백로 날아오르니 하늘은 푸르러지네.

自詠夊隨路 (자영쇠수로) 홀로 읊조리며 길 따라 천천히 걷노라니,

獨處無人境*(독처무인경) 사람 없는 경계에 홀로 있구나.


2019년 9월 16일, 점심시간. 추석 연휴가 끝나고 다시 학교를 나오니 벼 이삭은 몰라보게 고개를 숙였고 바람은 시원해졌다. 중백로 몇 마리가 논 이곳저곳을 날다가 하늘로 날아오르니 하늘이 더욱 푸르게 보인다.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는 것은 이전 학교나 지금 학교나 변함이 없지만, 지금 학교는 논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으니 사람 그림자조차 없다. 설두 선사의 無人境의 경지와 비교할 수도 또, 따를 수도 없으니 분명 그 경지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다만 사람 없는 곳에서 천천히 걸으며 逍遙吟詠(소요음영)하고자 하는 욕심을 이렇게 표현했을 뿐이다.

* 설두 중현 선사의 시를 차운함. 설두 선사는 중국 선종의 일파인 雲門宗(운문종)의 승려이다. 詩文이 뛰어나 雪竇七部集(설두칠부집)이라는 책이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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