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앉아

by 김준식

曉坐 새벽에 앉아


此時皆酣寢 (차시개감침) 모두 잠에 취해 있는 이 시간,

獨寤嗜微明 (독오기미명) 홀로 깨어 새벽을 즐기네.

雖不示淸湘*(수불시청상) 비록 청상은 보이지 않지만,

唯一晨霞見 (유일신하견) 우주에 하나뿐인 새벽노을을 본다네.


2019년 9월 18일 새벽, 우주의 하루가 막 시작되는 순간이다. 신묘한 빛 무리가 천지를 감싸는 절대의 순간을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다. 이 순간은 우주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며, 오늘 이후 우주가 끝나는 날까지 다시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사는 모든 시간이 곧 절대의 우주적 순간인 셈이다.


내가 사는 곳 앞쪽으로 물이 흐른다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유종원의 시에 등장하는 ‘상강’처럼) 지금 보고 있는 이 장면은 강이 없어도 너무 충분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 유종원의 시 漁翁에 등장하는 ‘청상’은 옛 초나라에 흐르던 ‘상강의 맑은 물’을 이야기한다. 유종원은 당나라의 문관이자, 시인, 수필가이자 사상가로서 字는 子厚이며 당송팔대가 중의 한 명이다. 그의 시를 좋아했던 모택동은 유종원이 유물론자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유종원을 대표하는 시 어옹 전문과 해석이다.


漁翁夜傍西巖宿 (어옹야방서암숙) 늙은 어부 밤이 되면 서쪽 바위에 기대어 잠들고, 曉汲淸湘然楚竹 (효급청상연초죽) 새벽엔 맑은 湘水 물을 긷고 楚竹으로 불을 지핀다. 煙銷日出不見人 (연소일출불견인) 안개 흩어지고 해가 떠올라도 사람은 보이질 않는데, 欸乃一聲山水綠 (애내일성산수녹) ‘영차!’ 한 소리에 山水가 푸르러지는구나. 迴看天際下中流 (회간천제하중류) 中流를 타고 내려가며 하늘가를 둘러보니, 巖上無心雲相逐 (암상무심운상축) 바위 위 무심한 구름은 서로를 좇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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