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음악이나 들으며 세상의 문제를 조금 떨어져 본다.
The Planets, Op. 32, Gustav Holst 작곡
홀스트는 스웨덴 혈통이지만 영국 사람이다. 1916년에 완성된 이 음악은 당시에는 별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가 인류가 달 착륙을 하고 우주개발이 시작되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1.Mars, the Bringer of War (1914)
알레그로. C장조. 5/4박자.
1867년 처음 출판된 Thomas Bulfinch의 The Age of Fable(우화의 시대)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그리스의 신들을 체계적으로 연결하여 편집한 책이다. 즉,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볼핀치 판 그리스 신화의 원전이 된 책이다.
이 책에 의하면 화성(Mars)은 전쟁의 신이다.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붉은색으로 보이는 행성의 색깔이 이 행성의 성격을 결정해버리고 만 것이다. 붉은색은 전통적으로 갈등의 원인, 맹목적인 폭력을 상징해 온 색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정열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붉은빛의 화성은 그리스 신화에서 전쟁의 신 마르스와 초기 그리스 사상가 플라톤의 투 모스(마음을 추구하는 데 있어 용기와 결단)를 상징하기도 한다. 전쟁의 신 마르스를 그린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와 마르스'가 있다. 신플라톤주의에서는 이 작품이 두 행성(비너스를 상징하는 금성과 화성을 상징하는 마르스)의 결합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화성은 불안하고 뭔가 일어날 것 같은 긴장으로 음악이 시작된다.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늠름하거나 강렬한 관악과 타악의 리듬이 주제처럼 전쟁의 장면을 묘사하는 듯하다. 관악으로 진행되는 처음의 주제와 현악으로 연주되는 다른 주제, 타악으로 진행되는 또 다른 주제가 화려하고 다이내믹하게 엉키거나 또 멀어지듯이 연주된다.
불안함을 강조하듯 정적과 광포함이 긴박하게 뒤섞이고 불협화음과 글리산도의 음들이 이어지다가 관악기와 타악기가 거대한 화음으로 연주되는데, 마치 어두움 속에서 무엇인가 긴박하게 움직이는 것을 묘사하고 있다. 성난 파도처럼 밀어닥치는 클라이맥스에서는 강렬한 리듬의 연타가 계속한 다음 대포 같은 요란한 소리로써 끝마친다.
무언가 일어날 것 같은 불안하고도 깊은 강렬한 리듬의 연속은 전투에 나가는 장중한 군대의 행진곡을 연상하지만, 곡은 다가올 전쟁(그러나 이 음악이 작곡될 무렵은 1차 대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으로 인한 죽음의 공포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중간중간 들리는 대포소리와 마지막 부분의 tutti가 불협화음을 격렬하게 연타하며 내는 요란한 소리는 실제 전쟁의 느낌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