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으로부터 제망매가를 생각하다.

by 김준식

自落葉想祭亡妹歌*낙엽으로부터 제망매가를 생각하다.


去春同新生 (거춘동신생) 지난봄 같이 돋아나

似畵染彩鮮 (사화염채선) 그림처럼 곱게 물들었네

叵今離十界*(파금리십계) 마침내 지금 십계로 떠나니,

底臥文沈靜 (저와문침정) 바닥에 누워 고요히 빛나는구나.


2019년 11월 24일, 봉명산 다솔사 은행나무. 아침나절 봉명산 등산로 입구에 서 있는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었다. 한 나무에서 자라 어떤 잎은 아직 걸려 있어 위가 환하고, 어떤 잎들은 땅에 떨어져 바닥이 환하다. 문득 신라시대 향가 제망매가가 생각났다. 같은 나무에서 돋아나 계절을 넘기고 곱게 물들어 나무와 땅에서 각자의 轉生길에 접어든 은행잎을 보며 월명스님의 생각을 느껴보는 아침이다.


* 제망매가는 신라 경덕왕 때 월명스님이 지은 향가로서 삼국유사에 전한다. 죽은 누이의 극락왕생을 비는 이 향가는 불교적 세계관, 즉 육도윤회의 입장에서 지은 것이다. 육도윤회란 생명이 있는 것은 여섯 가지의 세상, 즉 육도(三惡道삼악도인 地獄道지옥도, 餓鬼道아귀도, 畜生道축생도와 三善道삼선도인 阿修羅道아수라도, 人間道인간도, 天上道천상도)에 번갈아 태어나고 죽는 것을 말한다.


* 十界란 十法界십법계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옥계 아귀계 축생계 아수라계 인간계 천상계 성문계 연각계 보살계 불계를 말한다.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계, 천상을 한데 모아 ‘六道’, 성문, 연각, 보살, 불계를 한데 모아 ‘四聖’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십계를 '六凡四聖'이라 부르기도 한다. 즉 물리적 우주와 정신적 우주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 십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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