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봄

by 김준식

盼顧(반고) 돌아봄


淅瀝落橡葉 (석력낙상엽) 상수리 잎 떨어지는 소리에,

朝暐散轉轉 (조위산전전) 아침 햇살 여기저기로 흩어지네.

忽見我長影 (홀견아장영) 문득 내 긴 그림자를 보니,

內省恒啻言*(내성항시언) 언제나 반성은 말뿐 인가.


2019년 11월 30일 오전. 아침 일찍 산에 올랐다. 제법 큰 상수리 잎들이 산길에 흩어져있다. 밟을 때마다 사그락 사그락 소리를 낸다. 오전 햇살은, 상수리 잎이 바람 따라 움직이는 대로 비추며 흩어진다. 돌아보니 아직은 오전이라 내 그림자가 길다.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그것으로 다시 자신의 삶을 다 잡는다. 하지만 늘 말뿐인 반성이다. 2019년이 한 달 남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려고 하니 벌써 마음이 바빠진다.


盼은 눈 목(目)과 나눌 분(分)으로 된 형성 자다. 글자의 뜻은 ‘돌아보다’로 되어 있는데 좀 더 천천히 생각해보면 사태를 나누어, 즉 잘게 잘라 면밀하게 살핀다는 뜻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따라서 盼顧는 그냥 뒤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면밀히 그리고 천천히 되짚어보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떨어지는 상수리 잎은 현재의 사태이지만 이미 그 원인은 나무에게 충분히 제공되었다. 즉 우리는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떨어지는 잎으로 추론해야만 한다. 그 위에 절대불변의 햇살이 흩어져 비추는 것은 자연이 가지는 균형과 조화의 모습이겠지만 나의 삶에서 그 어떤 순간도 조화와 균형을 경험해보지는 못했다. 순전히 나의 부족으로 인하여 느끼지 못했으니 자연을 탓할 바 아니다. 하여 끝없이 반성하고 또 반성하지만 이 또한 늘 말뿐이다. 또 한 해가 이렇게 가고 있다.


* 『장자』 제28편 양왕 제14장에 이르기를 內省而不窮於道 臨難而不失其德(내성이부궁어도 임난이부실기덕), 즉 안으로 반성하여 道에 막힘이 없으면 밖으로 위난을 당해서도 그 德을 잃어버리지 않게 된다.라고 하였다. 언제쯤 막힘이 없는 삶에 이를 수 있을까 싶지만 아마 ‘장자’ 자신도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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