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침

by 김준식


冬朝


日光布天地 (일광포천지) 햇살 천지에 퍼지면,

早霜解一瞬 (조상해일순) 무서리 한 순간 사라지네.

生年不滿百*(생년불만백) 백 년을 살지도 못하면서,

何得未來㲴*(하득미래중) 어찌 미래의 마음을 얻을까?


2019년 11월 23일 아침. 내가 사는 아파트 14층에서 햇살 퍼지는 모습을 보다. 밤새 하얗게 내렸던 무서리는 햇살 한 자락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로부터 이러한 생각에 이르렀다. 우리의 삶은 백 년을 살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 삶의 모습은 현재의 모든 마음과 과거의 모든 마음을 다 아우르는 것처럼 행동하고 심지어 미래의 마음조차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만용을 부린다. 하지만 이 아침 무서리와 퍼지는 햇살을 보면서 문득 그러한 사실들이 참으로 무용해 보인다. 마음을 풀어놓는 것이 아니라, 더욱 겸허하게 그리고 더욱 견고하게 지금의 삶을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㲴은 그냥 마음이라고 풀이되지만 좀 더 정확하게 풀이하자면 마음의 기운, 혹은 마음의 변화를 뜻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 고시 19수 중 15수의 한 구절을 차운함. 고시 19수는 줄여서 古詩라고도 한다. 고시란 중국 양나라의 학자 蕭統(소통)이 편저한 문선에 등장하는 이전 시대의 작자 불명의 시 19수를 일컫는다. 오언시 초창기의 걸작들인데, 같은 종류의 시 여러 편 중에서 이 19수를 고른 것은 19편의 시가 당시의 관점에서 가장 우수한 시문의 정수라고 본 것이다. 원래 오언시는 민중 사이에서 애창된 俗謠(속요)였는데, 고시 19수는 이전 시기의 시 형식을 유지하면서 약간의 知的인 요소를 가미하여 기록해 놓은 것이다. 그 내용은 대개 이별의 슬픔, 불우한 처지에 대한 慷慨(강개), 생명의 덧없음에 대한 비탄 등을 읊은 것이다.


* 금강경 제 18 일체동관분에 이르기를 “所以者何 須菩提 過去心不可得(소이자하 수보리 과거심불가득) 現在心不可得 未來心不可得(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 그러므로 수보리여, 과거의 마음도 현재의 마음도 미래의 마음도 지닐 수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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