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1. 프롤로그
어디론가 여행을 다녀온 뒤 혹은 특별한 행사를 치른 뒤에 남겨진 기억이란 얼마나 부정확한 것인지에 대해, 그리고 얼마나 허망한 가에 대해 빈번하게 느끼지만 이렇다 할 대책 없이 그 시간을 떠나보내고 만다. 하여 갈수록 기억은 꼬이고 동시에 희미해진다.
2020년 1월 11일~19일까지 이집트를 다녀왔고 오늘이 21일이니 정확하게 3일이 지났는데 이집트의 기억은 이리저리 섞이고 흩어져만 간다. 뿐만 아니라 희미해지는 속도는 얼마나 빠른지 벌써 머릿속에 남은 이집트의 기억은 두서너 장면 정도가 있을 뿐이다.
나이 때문이라기보다는 어쩌면 기억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구조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이를테면 강렬함으로 남는 기억이 있는가 하면 모래에 물이 스며들 듯 스르르 사라지는 기억도 있다. 도대체 기억의 강렬함과 희미함이란 무엇에서 비롯되는가? 수 십 년이 지난 어떤 기억은 지금도 파노라마처럼 선명하게 남아 있는 반면 어제의 어떤 기억은 백지처럼 하얗게 지워지기도 한다. 기억의 아이러니다. 어쩌면 나의 삶이 다 하는 날까지 유지될 기억이란 실상은 매우 하찮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니 문득 모든 것이 의미를 잃는다.
그렇지만 남아있는 희미한 여행의 기억을 여행 일정표에 기대어 조각 그림 맞추듯 옮기는 것은 완전히 잊힐지도 모를 내 삶의 한 장면을 문자로 남겨두고자 하는 것인데 이것도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주 쓸데없는 욕망이 분명하다.
이집트 여행기는 7편으로 나누어 차례로 올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