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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피라미드

이집트 여행기(4)

by 김준식

3. 아! 피라미드

너무 크고 거대해서 가까이서는 촬영이 어려웠다.

밤하늘의 별자리를 관찰하기 시작한 역사는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되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자연계에서 약한 존재였던 인류는 거칠고 어두운 지구 환경을 버텨내기 위해서는 무엇인가에 의존하고 싶었을 것이고 그 의존의 대상은 대부분 인류의 인식 범위를 넘는 것들이었다. 이를테면 밤하늘의 별들로부터 시작해서 감당하기 어려운 자연현상과 엄청난 산과 거대한 바위, 나무들이 인류의 중요한 의존 대상이었을 것이다. 21세기인 지금도 밤하늘의 별들은 무한한 상상의 세계다. 별까지의 거리를 생각해보면 우리의 인식과 지식의 범위가 참으로 사소하다.

Orion_name_001.png 오리온 별자리

북반구의 겨울 밤하늘, 동쪽에서 가장 빛나는 별자리는 오리온자리다. 오리온자리의 명칭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냥꾼인 오리온에 기원한다. 사다리꼴 안의 나란히 늘어선 밝은 세 별 민타카, 알니람, 알니탁 은 '오리온자리 허리띠'(Orion's Belt)라고 불린다. 민간에서는 이들을 '삼태성(三太星)'으로 부른다.(북두칠성의 '삼태성(三台星)' 별자리와는 다르다.)민타카는 아랍어로 허리띠라는 의미이며 알니람은 사파이어, 알니탁 역시 허리 띠라는 아랍어에서 유래되었다.

쿠푸왕의 피라미드

드디어 기자의 대 피라미드를 본다. 세 개의 피라미드의 위치가 오리온 벨트의 위치와 거의 일치한다는 견해가 있다. 세 개의 피라미드는 가장 큰 것이 쿠푸(Khufu, 재위 B.C. 2589년~B.C. 2566년)의 피라미드이다. 두 번째가 카프레 마지막이 맨카우레의 피라미드이다. 세 개의 피라미드가 주는 처음 인상은 의심과 두려움, 놀라움 등이었다. 가장 큰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밑변 길이가 230m인 정사각뿔 형태로서 현재 138m의 높이를 가지고 있다.(처음에는 약 147m로 추정하고 있다.) 돌 하나하나의 크기(대략 높이 2m, 넓이 2m의 정방형 돌)도 크기이지만 그 돌들이 230만 개로 이루어진 약 600만 톤의 거대한 조형물이 거의 4500년이 지난 지금도 빈틈 하나 없다. 인간의 기술로 쌓아 올린 것이 분명한 지에 대한 본질적인 의심이 든다. 왜 이곳이 그 흔한 외계인과 초 고대 문명 이야기의 원류인지 짐작이 간다.

구글어스에서 얻음

다시 별자리 이야기로 돌아가 세 개의 피라미드가 떨어진 거리는 오리온 벨트의 세 별 간의 거리의 비와 거의 일치한다. 각도는 알니탁과 알니탐은 비슷하고 민타카는 조금 틀어져 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넘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 뿐만 아니라 별 빛의 선명도에 따라 피라미드의 크기가 정해졌다. 동시대에 만든 것도 아닌데 말이다. 참고로 오리온 별자리까지는 지구에서 440광년(영원의 거리다. 1광년은 약 9조km쯤이다.)쯤 떨어져 있다. 그리고 ‘티코 브라헤’라는 사람이 1573년에 쓴 De Nova et Nullius Aevi Memoria Prius Visa Stella(새로운 별자리)에서 비로소 오리온자리의 성좌 구조가 등장한다. 놀라운 것은 또 있다. 피라미드가 앉은 위치는 북위 29도 58분 44초와 경도 31도 08분 02초의 교점에 피라미드의 정점이 있고 사각뿔의 모서리는 정확하게 직각을 이루며 통과한다.(사진 참조)가능한 일인가?


두려움이란 모르는 세계를 만났을 때 인간이 가지는 최초의 감정이다. 사소한 무지에는 호기심이 작동한다. 하지만 거대한 무지는 곧 두려움으로 연결되곤 한다. 피라미드는 나에게 거대한 두려움처럼 느껴졌다. 지금까지 내가 배워왔던 그리고 습득했던 지식이 피라미드 앞에서는 어떤 의미도 없어지는 충격이 곧 두려움으로 연결된 것이다. 학교 교육의 폐해와 나의 인식의 범위, 그리고 주류 사학자들의 편협함이 피라미드를 해석하는 여러 가능성을 제거해 버렸다. 그저 대규모 인력이 동원된 국가적 사업으로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 오랜 시간 작업했을 것이라는 너무나 뻔한 이야기만 피라미드 주위를 맴돌 뿐이다. 단순히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와서 보는 순간 알게 된다.

피라미드 내부 통로

피라미드 내부로 들어가는 통로에는 어떤 문자나 그림도 없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 방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도 그 어떤 문자도 그림도 없었다. 뭔가 앞 뒤가 맞지 않는다. 그렇게 다양한 그림과 문자가 돌마다 벽마다 있는데 정작 피라미드 안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다. 이건 뭔가? 어쩌면 여기는 왕의 무덤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부장품도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무덤이 아니라는 심증은 갔으나 그 어떤 지식도 없는 내가 속단할 문제가 아님을 스스로 느끼며 야릇한 절망감조차 들었다.

거대한 스핑크스

세 개의 피라미드를 지나 스핑크스를 보며 나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 카프레 왕 피라미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위치한 스핑크스는 사람 머리와 엎드린 사자와 같은 모습으로 앉아 있다. 몸의 길이가 73m에 높이 22m이며 얼굴 폭이 4m에 귀의 길이 1.4m, 입의 길이 2.3m, 코의 길이 1.7m이다. 머리 부분이 실물보다 10배 크고 동체는 22배가 크다. 실로 엄청난 크기의 조형물이다. 돌을 쌓아 만든 피라미드와 달리 스핑크스는 상체와 머리는 석회암 언덕을 깎아서 만들었다. 년대를 측정해보니 기단 부가 축조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9000년에서 1만 년 전의 시간대가 나온다 한다. 이건 뭐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이집트 피라미드가 그러하듯 스핑크스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스핑크스 상의 얼굴이 몸에 비해 너무 작다는 점으로, 원래 사자상이나 아누비스(개의 형상)나 다른 무엇의 상이 었는데 파라오의 얼굴로 깎았다는 추측이 있다. 원래는 전통적으로 '파라오의 머리를 한 사자'라는 표현 때문에 당연히 사자의 머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이론이 등장했는데, 실제로 관측한 학자들에 의해 몸의 비율이나 뒷다리 모양 등을 볼 때 고양잇과보다는 개과일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에 아누비스(개의 머리)였음을 주장하는 이론도 있다. 나의 눈으로 보아도 아무래도 비율이 맞지 않는다. 하지만 피라미드를 보면서도 생각한 것처럼 그 무엇도 모르는 내가 그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저 만년 가까이 그 자리에 있는 저 조형물만이 그 진실을 알 것이다.

붉은색의 음식이 오크라 수프이다.

마침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잘 보이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나는 의외로 이쪽 음식이 입에 잘 맞는다. 특히 이집트 전통 수프의 일종인 오크라는 맛이 좋았다. 멀리 바라다 보이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보며 점심을 먹고 있으니 내가 정말 이집트에 와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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