物而不物*
閒懷伎山路 (한회기산로) 한가한 마음으로 천천히 산길을 걸으니,
淸輝和早春 (청휘화조춘) 맑은 햇살 이른 봄을 감싸누나.
翻空不倚歌*(번공불의가) 떠오르는 생각 시가 되지 못하니,
窮究郁稀憂 (궁구욱희우) 깊은 생각 얇은 근심처럼 자욱하여라.
2020년 2월 9일 오전. 산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생각은 많고 다양하지만 정작 시가 되지 못하니 안타깝다. 시를 생각하는 것이 먼저인지 사물로 하여금 시를 끌어내는 것이 먼저인지 알 수 없다. 이런 생각으로 돌아와 글로 옮겨 놓으니 참으로 얇고 흐릿하기만 하다.
* 物而不物(물이불물): 『장자』’在宥’ 편에 등장한다. 하나의 物이면서 物을 초월하고 있다. ‘知北遊(지북유)’편에서 “천지보다 앞서 생긴 것은 物인가? 物을 物로서 存在케 해 주는 것은 ‘道이지’ 物이 아니다. 하나의 物은 다른 物에 先行하여 나올 수는 없다
지북유 편 ‘有先天地生者 物物者 非物’: 천지보다 앞서서 생긴 사물이 있는가? 사물을 사물로 만든 것은 사물이 아님. 사물을 사물로 만든 物物者는 곧 道를 지칭한다.
* 翻空(번공) : 글을 지으면서 생각을 얽을 때 기이한 생각이 연달아 나는 것을 형용한다. 중국 남조 양나라의 劉勰(류협)은 그의 책 文心雕龍(문심조룡) ‘神思’ 편에 “뜻은 허공에서 날아들어 기이하기 쉽고, 말은 사실을 징험(유래)하여 교묘하기 어렵다.(意翻空而易奇 言徵實而難巧也(의번공이역기 언징실이난교야)”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