微華發階下
處處發雜花 (처처발잡화) 곳곳에 여러 꽃들 피어나니,
春氣通我意 (춘기통아의) 봄기운이 내 마음과 통했구나.
妄想興消靜*(망상흥소정) 허망한 생각은 고요함을 흔드니,
難堪此春矣 (난감차춘의) 이 봄도 견디기 어렵겠네.
2020년 3월 5일 오전 학교 주위를 둘러보니 온갖 꽃들이 피어난다. 우연하게 계단 밑을 보니 지난해 학교에서 구입한 서양 꽃 팬지가 그 씨를 날려 이 봄에 꽃을 피웠다. 그 외에도 봄기운을 느낀 작고 여린 봄꽃들이 여기저기 피어나는 것을 보노라니 내 마음속의 혼란함을 보는 듯하다. 내 마음속의 복잡한 생각은 9할이 허망함이요, 1할은 가능성이 없음이다. 하여 아이들이 오지 않는 3월 첫 주 목요일 오전이 지나간다.
* 近思錄(주희가 지은 주자학 입문서)에 이런 구절이 있다. 생각이 많은 것은 쓸데없는 생각과 잡념이 끊임없이 왕래하기 때문이다.( 所患思慮之多者 以閒思雜慮憧憧往來耳) 주희의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처음부터 쓸데없는 것이라고 단정한 것은 틀린 것이고, 생각과 잡념이 왕래하면 복잡해지는 것은 맞다. 지금 내가 위치하고 있는 자리는 생각이 많아야 하는 자리다. 하여 마음은 복잡하여 고요함이 없다. 다만 쓸데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