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 15 총선 사전투표
민주주의 선거에서 1표의 가치에 대한 이론은 매우 다양하다. 경제적 가치와 정치적 가치로부터 수많은 가치들이 다양한 지표에 의해 계산되어 우리에게 알려지지만 나는 늘 그 한 표의 가치에 대한 懷疑를 숨길 수 없다. 우리 헌법 41조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의 사전 투표가 있는 날, 한 표의 가치에 대한 懷疑를 가득 품은 채 투표장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두 장의 용지를 받았다. 한 장은 손바닥만 한 길이였고 또 다른 한 장은 거의 40센티미터에 육박하는 긴 종이였다. 뭔 정당이 그리 많은지……
네 번을 접어서 겨우 투표함에 넣고 돌아 나오면서 방금 전 나의 기표 행위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을 해 본다. 이것은 이론적으로 내가 행사한 표의 등가성이나 비례의 원칙을 따지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나의 의지대로 투표를 하는 경우 내가 사는 이 지역구에서 내 한 표는 死票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그 상황에서 나의 투표행위가 민주주의의 대의를 실현할 신성한 행위로 평가될 수 있을까 하는 매우 현실적인 고민이다.
비례투표 역시 그러하다. 결과론적으로 나의 두 번의 기표 행위는 무의미로 수렴되어 처음부터 내가 그 행위, 즉 투표를 하지 않는 것과 동일 해지는 이상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행위가 있었는데 행위의 결과가 없는 논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과연 이 무의미한 결과가 예상되는 행위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선거의 본모습이라면 우리가 지금까지 배워온 민주주의와 선거에 대한 기초적인 토대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마는 느낌이다. 물론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 역시 나는 잘 알고 있다. 다만 오늘 나의 기표 행위에 대한 매우 극단적이고 편협한 관점에서의 분석일 뿐이다. 그래도 찜찜한 것은 사실이다.
2. 임시정부 수립
지금도 건국절(1948.8.15)을 대한민국의 시작으로 보자는 아주 미친 주장이 가끔씩 있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한 헌법적 근간은 1919년 4월 11일 즉 101년 전 오늘, 중국 상해에서 수립된 임시정부가 분명하다.
친일부역자들이 반공을 보호막으로 하여 친미주의자로 변절한 것은 친일부역자들이 해방된 나라에서 살아가려는 비겁한 생존방법이었다. 그들이 일제 치하에 일본을 吮癰舐痔(연옹치지)하면서 얻은 권력과 돈으로 제 나라 백성들을 핍박하고 한편으로 제 핏줄들의 호의호식을 추구하면서 지은 죄가 얼마인가! 그런 반민족 분자들을 이용하여 개인적인 권력욕으로 임시정부로부터 이어져 온 민주주의 토대를 여지없이 박살 낸 이승만을 국부로 숭상하는 이상한 놈들이 임시정부 수립 101년을 부정하고 1948년을 이 나라의 시작으로 보려고 한다. 오늘 선거에서 후보자로 나온 사람들이야 친일분자도 없고 반민족자도 없다. 하지만 친일과 반민족 정서를 공유한 정당은 분명히 있다. 안타깝지만 해방공간에서 친일부역자들을 단 한 명도 처단하지 못한 역사적 오류가 2020년 대한민국에 여전히 남아있다.
3. 코로나
마스크 끼고 손 소독제 바르고 거기다가 비닐장갑까지 끼고 해 본 최초의 선거이다. 늘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보다 무섭다. 친일도 친미도 반민주, 반민족도 잘 보이지 않지만 우리 민족의 삶을, 우리 민중의 삶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심지어 죽게 한다. 코로나도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학교는 문을 닫고 사람들은 두려움에 마스크를 쓰고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빨리 사라져야 할 것은 친일, 반민족, 반민주도 있지만 코로나가 먼저 가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