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는 시점마다 우리는 그 계절에 학습되었던 예전의 감각을 애써 머릿속에서 찾아내서 지금 느끼는 계절의 감각과 대조하곤 한다. 대개는 비슷하거나 간혹 약간의 차이를 보일 때도 있다. 하여 우리는 예전의 감각을 계절마다 재빨리 꺼내 그 계절에 빠르게 익숙해지고 동시에 지금의 계절의 감각 또한 예전의 감각을 저장했던 것처럼 그 감각들 위에 덧대어 저장한다.
계절의 감각이란 우리의 오감 전체에서 느끼게 되는데 계절의 독특한 냄새로부터 시작해서 피부로 느끼는 바람의 세기와 온도, 빛의 각도와 눈부심의 정도, 입으로 전해져 오는 계절의 특별한 맛,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사물의 경계와 빛깔 그리고 이 감각들이 서로 교차되어 나타나는 감각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계절의 느낌은 매우 복잡하고 섬세하다.
그러나 우주의 순환으로서 계절의 변화라는 절대적 논리 앞에 이러한 감각이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해마다 느끼는 이 섬세하고 다양한 감각들은 누적되어 단지 내 삶을 빛나게 할지는 모르지만 시간과 공간이라는 절대적 함수 위에는 그 어떠한 좌표도 만들지 못한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계절을 음미하고 그 느낌들을 저장하여 나의 감각을 두텁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 노력은 어쩌면 전혀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아니 없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하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어쩔 것인가? 단지 사라져 가는 존재인 내가, 그리고 우리가 이 거대한 우주에서 할 수 있는 몇 되지 않는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