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식 Apr 15. 2020

마음을 깊고 고요하게

潛心*(잠심)


窩中去充和 (와중거충화) 방 안에 있어도 충만하고 조화로워,

廳咸池九韶*(청함지구소)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듣는다네.

心境恒不亂 (심경항불난) 마음가짐은 늘 흐트러짐 없이,

敬懼前纏繞*(경구전전요) 얽히기 전에 조심조심.


2020년 4월 15일 총선일. 사전 투표를 한 덕에 오전 일찍 산길을 걷고 오후에는 내내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창원에 계시는 모 교장 선생님께서 堂號를 부탁하셔서 이리저리 서체를 골몰하다가 초서로 쓰기로 하고 연습을 며칠 했다. 드디어 오늘 초서를 쓰고 보니 많이 부족하지만 그대로 두기로 했다. 내가 가진 능력 이상을 바라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이다. 부탁하신 잠심재의 '잠심'은 '근사록'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근사록은 주자가 스스로 지은 주자학 입문서인데 약 40여 곳에서 잠심을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잠심이란 깊고 고요하게 머무는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부탁하신 교장 선생님께서 아마도 이러한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 보시려 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 함지, 구소: 장자 천운, 지락, 천하에 등장하는 요, 순 임금이 정리했다는 완벽한 음악.


* 전요: 근사록에서 잠심을 풀이하면서 전요, 즉 얽매임이 없는 상황이 잠심이라 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흐린 날 한가로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