䨧日閒談(음일한담)
不視守神寂*(불시수신적) 보지 않고 고요히 마음을 지키면,
萬形自來靜 (만형자래정) 모든 것은 저절로 고요해지나니.
晴曇無勉發 (청담무면발) 맑고 흐린 것은 까닭 없이 생기니,
難摹此逸格*(난모차일격) 자연의 모습 나타내기 어려워라.
2020년 4월 10일 흐린 날 아침. 일주일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고요하게 마음을 지키지 못하여 번잡한 세상처럼 마음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하여 한 동안 마음을 억지로 움직여 글을 쓰지 않으려 했다. 흐린 날 아침 문득 마음의 모습을 가만히 보면서 한가롭게 쓰다. 閒은 비록 ‘한가롭다’로 해석되지만 閑의 ‘한가로움’은 아니다. 달(月)이 문(門) 사이에서 잠깐 보이는 것과 나무(木)가 문(門) 사이에서 오래 보이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 장자 재유 4장에 이르기를 “마음을 비우고 정신을 놓아서 고요히 혼돈 없는 경지에 이르게 되면, 만물이 성대하게 자라나고 각기 근본으로 돌아갈 것이니 …...” 즉 形(만물)은 神(정신, 마음)에 따르는 것으로서 神이 혼란스러우면 形 또한 혼란스러워진다는 의미가 된다.
* 唐나라 때 서예가이자 화론가였던 張懷瓘(장회관)은 처음으로 회화를 神(신), 妙(묘), 能(능) 격으로 3 분하였다. 그 뒤 당말 역시 화가이자 당조명화록의 저자였던 周昉(주방, 호가 景玄(경현)이라 주경현으로 알려져 있다.)은 위 3 격에 逸格(일격)을 더하여 神, 妙, 能, 逸이라는 4 격을 회화 비평의 기준으로 정하였다. 그 뒤 宋(송) 초에 이르러 화론가 黃休復(황휴복)은 위 4 격 중 逸格을 가장 앞으로 배치하여 4 격의 순서가 일, 신, 묘, 능으로 정하였고 이것은 후대에 그대로 정착되었다. 황휴복이 스스로 밝힌 일격의 뜻은 대체로 이러하다.
* 逸格: 그림에서 일격은 그것을 분류해내기가 가장 어렵다. 각각의 형태가 법도에 맞지 않아 조금은 서툴고, 채색을 정밀하게 칠하는 것을 소홀히 여긴다. 필치는 매우 간략하나 의외로 형태는 갖춰지니 이는 오직 자연에서만 얻을 뿐, 본뜰 수 없다. 하여 일격은 사람의 의지를 넘어 나오는 것을 말한다. 위 글에서 일격은 ‘자연의 모습’이라는 의미로 용사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