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알아서......

by 김준식

연기된 대입 수능 대비 3월 모의고사 시행에 대한 생각


코로나가 번성하고 있는 2020년 봄, 대한민국 학교 교육에서 교사가 가진 위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3월 한 달 동안 두 차례의 개학 연기 사실을 우리는 정확하게 언론을 통해 먼저 들었다.


교육의 핵심 주체인 교사가 학교의 개학 연기를 뉴스를 통해 듣는 일이 생긴 것이다. 이것은 마치 소방공무원이 뉴스를 보고 화재를 알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 물론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처음은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다음 연기도 뉴스를 통해 먼저 들었다. 그다음 연기는 비공식 루트를 통한 명목적 설문조사가 선행되었지만 이것 또한 공식적인 절차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이런 일을 마주하면서 우리는 교사가 학교 교육의 주체라기보다는 그저 대한민국 교육제도 혹은 행정조직에서 종속적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것임을 자각하게 되었다.


절차적 행정행위를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나 각 도 교육청은 나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였고 그것은 매우 합법적이며 타당한 행위일 것이다. 학교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지금의 감정은 어쩌면 대단히 정의적 측면이 강할 수도 있다.


그런데 또 하나의 큰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고등학교 대입 수능을 위한 3월 모의고사(3월에 보아야 하는 시험인데 코로나로 연기를 거듭하여)의 시행을 두고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났다. 현장 교사의 의견은 제외된 채 교육청 혹은 교육부의 관료들에 의한 독단적인 결정으로 시험은 자체평가(채점도 없고 집에서 문제를 푸는)로 발표되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데 모의고사를 치르게 할 수는 없다. 취소가 합리적이다. 선거 때처럼 수백 명의 아이들을 관리할 인원이 학교에는 없다.


3월 모의고사는 2019년에 미리 그 일정이 잡힌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면서 이 시험을 취소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시험을 시행해야 될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주관 교육청인 서울시 교육청은 시험 시행의 방법을 4. 20일에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마침내 4월 20일 이런 나름 자율적인(?) 내용의 공문을 시달했다. 후문에 각 도 교육청의 모의고사 시행에 대한 입장은 조금 달랐던 모양이다. 공문 내용 또한 참 답답하다. 모든 것을 ‘학교가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여러가지 애매한 표현도 문제지만 학교 현장의 목소리는 아예 처음부터 관심도 없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도심의 큰 학교에 아이들이 시험문제를 받으러 오는 것도 문제, 드라이버 스루로 주는 것도 문제, 결정적 문제는 채점을 하지 않고 집에서 푸는 것이다. 그럴 바에야 공식적으로 취소해야 하는데 교육부와 서울시 교육청은 알아서 하라는 이야기다. 알아서 방역하고 알아서 채점하고 알아서 ....


공문의 내용은 정리하면 1부터 10까지 학교의 책임이다. 방역, 문제지 유형(인쇄물, 온라인)의 선택, 문제지 수령의 방법, 평가방법, 기타.... 모든 것은 학교 책임으로 하고 시험을 보라는 것이다. 이런 중차대한 결정에 교사의 의견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 틈만 나면 교육부는 교사의 의견을 패싱 하고 교육관료들의 생각으로만 움직이면서 정작 어려운 일은 학교에게 또 교사에게 일임해버린다. 편리하다.


불과 8개월 전까지 고등학교에서 3학년을 지도했던 나는, 오늘 전국의 고등학교에서 일어날 혼란을 생각하니 참으로 답답하다.


공문 사진은 인터넷 판 신문에서 얻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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